[금요칼럼]진덕규/'대통령 5년' 길지 않다

  • 입력 2003년 7월 17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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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다 돼 간다. 대선의 뜨거운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았는데 벌써 5개월이라니! 이처럼 빠른 세월은 집권세력에도 그럴 것이다. 처음 권력을 장악했을 때의 기분이야 시간도 멈추게 할 것 같지만 그래도 세월은 흘러간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다. 긴 것 같지만,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어느 대통령이든 취임 초기 1년은 대선 승리의 축제 기분에 젖어 지내게 된다. 대통령 당선은 자다 깨도 꿈만 같을 것이다. 한편으로 새 내각도 구성해야 하며 국정의 큰 틀도 짜야 한다. 그러나 대선 승리의 기분은 좀처럼 떨칠 수가 없다. 그렇게 1년을 보내다 보면 정치의 현실은 거대한 무게로 짓누르게 된다.

▼대선운동 관성 빨리 벗어야 ▼

마치 이사 갈 때 집을 고치고 칠하듯이 지난날의 온갖 비리와 묵은 때를 청소해야 정상적인 대통령의 임기가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대통령 선거는 최소 5년마다 단행되는 ‘합의된 혁명’이다. 앞선 정권의 비리와 부패를 눈감아 주는 한 새로운 사회 기풍도, 국민적 지지도 얻어낼 수 없다. 그러기에 초기 1년의 청소에서 얻은 인기로 5년의 임기를 버틴다고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시정 단계는 그 1년의 기반 위에서 시작된다. 그 과정에도 여러 가지 문제에 부닥칠 수 있다. 국정의 지향에 대한 의견 대립도 나타날 수 있다. 정치세력, 관료, 지식인, 이익집단 사이의 주장을 조정하다 보면 어느새 세월은 훌쩍 2, 3년을 넘기고 만다. 겨우 일할 시점이 되면 벌써 집권 말기로 접어들게 된다. 임기 1, 2년을 남겨 둔 그때부터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이때부터 ‘레임덕’이 찾아온다. 아무리 뛰어난 대통령이라도 여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 시기가 되면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는 게 세상 인심이다.

초기의 축제 단계, 중기의 시정기, 그리고 말기의 정리 단계를 생각하면 대통령의 실제 통치는 고작 2년 정도다. 그런데도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북한 핵무기 문제를 비롯한 외교문제, 아래로만 내려가는 경제성장, 여기에다 사회갈등까지 모두가 다 골치 아픈 일뿐이다. 개혁해야 할 일도 만만치 않다. 참여민주주의를 위한 정치개혁도 단행해야 한다. 경제발전, 지역통합, 사회개혁의 새로움도 일구어야 한다. 한낱 영악한 돈벌이 양성소가 되어 버린 듯한 우리의 학교도 고쳐야 한다.

그런데도 현실은 앞선 시대의 비리, 부정과 부패의 그림자로 점점 더 얽혀만 갈 뿐이다. 급기야 ‘150억원+α’며 ‘굿모닝게이트’에 서민들의 분노는 끝이 없다. 그런데도 그것을 해결하려는 원칙적인 접근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당위적 논리만이 무성할 뿐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이며 ‘동북아 허브국가’라는 주장은 이제 막 대통령 선거전에 돌입한 입후보자의 주장처럼 생경하게 들릴 뿐이다.

▼북핵-경제-교육…해야 할 일 태산 ▼

지금 이 시점에서 급한 것은 초기의 축제 분위기를 단축하고 지난날의 비리를 척결하는 새로움의 진작이다. 그리고 대선운동의 관성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내 편을 동원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 사회세력을 일거에 제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서로를 받아들이는 협의적인 토의와 상대방 의견에 귀기울일 때에만 더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원칙에 따라 지난 5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에 저질러진 온갖 비리와 부패를 씻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정상적인 국정’의 첫 단계다. 그렇게 될 때만이 경제성장에서 ‘잃어버린 지난 15년’을 극복할 수 있고 ‘답답함에 가두어진 국민의 마음’도 풀 수 있으며, ‘기대로만 충일된 대북관계’도 바로잡을 수 있다.

대통령 임기 5년은 재빨리 지나간다. 그러기에 이제는 그것의 축제도 끝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5년 뒤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느끼게 될지도 모를 아쉬움과 허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현실은 절박하고 달려가야 할 길은 멀다.

진덕규 객원논설위원 이화여대 교수·정치학 dkjin@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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