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차지완/개발호재 이용한 땅 詐欺

  • 입력 2003년 7월 17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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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경기 김포시 양촌면 일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보이지 않던 부동산 중개업소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말이 중개업소지 조그만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임시 사무실이었다.

일부는 파라솔을 사무실로 쓰고 있었다. 속칭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이었다. 한 사람은 자신이 용인에서 토지 매매로 수십명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왔다며 자랑까지 했다.

주변 일대가 서울에서 온 고급 승용차들로 북적이는 것을 보면 신도시 발표 뒤 땅투자의 열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걱정도 들었다. ‘저렇게 무턱대고 투자하다가는 언젠가 땅을 치고 후회할 텐데….’

문제는 다른 신도시인 파주에서 터졌다.

이달 14일 서울지검은 남의 땅을 자신의 땅인 것처럼 속여 투기꾼에게 팔아 100억원대의 토지매매 대금을 가로챈 부동산 분양대행업자를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 분양업자로부터 땅을 사들여 미등기 전매로 수천만원씩의 차익을 남긴 투기 혐의자 100여명도 적발했다.

투기 혐의자 가운데에는 치과의사와 변호사 부인 등 부유층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들은 단기 시세차익에만 관심을 갖고 지주(地主)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2, 3차례 전매를 했다는 게 검찰의 조사결과다. ‘떴다방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직까지 김포에서 이렇다 할 토지 사기 사건이 터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근 신도시인 파주보다 토지 거래량이 훨씬 많았고 단기간에 땅값이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숨어 있는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시장에 자금이 몰리는 것을 부동산 호경기의 ‘끝물’이라고 판단한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규제가 많아지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토지시장으로 자금이 몰린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토지시장에서는 장기간 자금이 묶여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등 리스크 관리가 힘들다. 이런 이유로 웬만한 부동산 고수(高手)도 토지시장에는 함부로 뛰어들지 않는다.

피해자는 토지시장의 성격은 모른 채 장밋빛 개발 호재에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런 토지시장의 ‘덫’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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