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 스탠리 로치 수석 "내년 세계경제 디플레이션 우려"

  • 입력 2003년 7월 17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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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사진)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디플레이션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하고 내년 하반기에 미 달러화 가치가 10∼2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치 수석은 16일 뉴욕 한국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 경제는 디플레 우려로 내년 성장률이 2%대를 크게 웃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경제 회복이 여전히 더디다.

“세계경제가 곧 회복된다는 전망에 회의적이다. 미국 재정적자도 우려할 일이지만 경상적자가 더 문제다. 경상적자는 달러화 약세를 유도해 결국 세계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미국 경기침체가 끝났다는 선언을 할 것이라고 하는데….

“현재 그런 선언은 비정상적이다. 그들이 중시하는 고용지표가 개선되지 않았다. 미국 경제는 회복이 미미해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경기회복기에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double dip)’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는 로치 수석은 “미국 경제는 2∼3년 더 고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건 스탠리의 리서치를 총괄하는데 현재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다.

―미국 디플레 우려는 왜 나오는가.

“통상 침체 후엔 물가가 4% 정도 높아지지만 최근 4개월 사이에 핵심 소비자물가가 제자리걸음이다. 또 과잉생산과 과잉투자 등 곳곳에 거품이 남아 있다. 중국 한국 등에서 값싼 상품을 만들어 시장경쟁이 심화됐다는 것도 한 요인이다.”

―최근의 주가 상승은 어떻게 해석하나.

“지금 주가는 꼭대기에 와 있다. 증시에선 성장에 대한 긍정론이 지배하고 있지만 올해 추가 상승에 제한이 있을 것이며 상당히 후퇴할 수도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더 낮출 것으로 보는가.

“이미 연 1%로 낮아졌지만 더 낮출 여지도 있다. 금리인하는 소비 등에는 영향을 주겠지만 기업부문은 과잉설비가 남아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에 대한 처방은 무엇인가.

“세계적으로 경제가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빚이 너무 많은 미국은 저축과 대외부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유럽과 일본은 내부 수요에 비해 외부 수요 의존도가 너무 강하다.”

―미국과 세계경제 전망이 한국에 유리하지는 않은 상황인데….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내수 진작에 성공했지만 신용 거품 등 부작용도 있었다. 부동산 거품도 무섭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경기부양책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

“작년에 6.3% 성장했던 한국은 올해 3.0%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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