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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포커스]한국의 30代 부자 3人의 라이프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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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포커스]한국의 30代 부자 3人의 라이프스타일

입력 2003-07-17 17:30수정 2009-10-1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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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정인성기자 71jis@donga.com

‘SWS(Sudden Wealth Syndrome·졸부 증후군).’ 90년대 후반 미국 언론들은 실리콘밸리에서 닷컴기업을 일구었거나 나스닥에서 떼돈을 번 젊은 부자들이 갑자기 생긴 돈을 주체하지 못해 일탈하는 모습을 이런 신조어로 표현했다.

외환위기의 후폭풍이 몰아치던 시기, 한국에도 ‘벤처형’ ‘금융형’ 젊은 부자들이 탄생했다. 갑자기 돈방석에 앉은 젊은 부자들 중 일부는 고급 룸살롱 전전 등의 행태로 ‘한국형 SWS’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후 경기침체를 이기지 못하고 부자대열에서 급속히 탈락했다.

몇 년간의 혹독한 검증기간을 거쳐 ‘자수성가형 신흥 부자’로서 입지를 굳힌 세 사람을 만났다. 그들의 소비스타일, 돈과 일에 대한 가치관을 본인의 말과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들여다봤다.

●30대 여사장

마이클럽닷컴 이수영 사장(38). 그가 창업해 최대주주로 있는 게임 전문 업체 웹젠이 5월 23일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이 사장도 수백억원대 부자 반열에 올랐다. 그가 보유한 웹젠 주식은 38만여주로 시가로 환산하면 500억원 정도. 세종대 무용학과 84학번이며 경남 마산시에서 태어나 운수업을 하던 아버지, 큰 식당을 하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남5녀 중 장녀.

1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마이클럽닷컴 사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흰색 바나나리퍼블릭 면 티셔츠에 같은 브랜드의 찢어진 청바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기념품으로 산 갈색 면 티셔츠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부스스한 헤어스타일. 이 사장은 1년에 두 차례 미장원에서 머리를 다듬는다고 했다. 왼쪽 손목에 찬 ‘친구한테 뺏은’ 검은 묵주가 액세서리의 전부.잘 잃어버리는 습관 탓에 액세서리는 거의 하지 않는다.

쇼핑은 주로 출장 갈 때를 이용해 공항 면세점에서 한다. “한 번 쇼핑에 얼마 정도 쓰느냐”고 묻자 “시간 될 때까지, 필요한 게 다 채워질 때까지 계속 산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그의 옷차림을 ‘면세점 패션’이라고 부른다.

최근 갑자기 거부가 된 느낌을 묻자 이 사장은 얼굴을 찡그렸다.

“덤덤해요.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남 돈 벌어서 어떻게 쓰는지 그렇게 궁금한가 보죠? 전 ‘졸부’가 아니라 청춘을 바친 결과의 보상을 받은 ‘당당한 부자’입니다.”

‘돈에 대한 철학’을 묻자 여전히 찡그린 얼굴로 대답했다.

“나는 돈을 위해 일한 게 아니라 내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일했어요. 돈은 그 성공에 따라 부차적으로 따라온 겁니다. 돈이요? 많으면 좋지만 그거 많이 벌겠다고 일하지는 않아요.”

서울 서초구 잠원동 34평짜리 아파트에서 두 동생과 함께 산다. 한달 생활비는 500만∼600만원. 차종을 물어보자 “말하기가 부담스럽다”며 대답을 꺼렸다.

폭탄주 10잔을 마다 않는 두주불사 스타일. 직원이나 친구들처럼 편하게 마시는 사람들과는 삼겹살집이나 호프, 사업상 만나는 사람들과는 고급스러운 곳에서 술을 마신다. 어느 쪽이 더 편하냐고 묻자 “어느 쪽이건 음식 잘 하는 집이 좋다”고 답했다.

친구들과 마시면 돈은 거의 이 사장이 낸다. “돈 없으면서 있는 척하려고 펑펑 쓰는 것도 싫지만, 돈 있는 사람이 맹꽁이 짓 하면서 돈 안내고 벌벌 떠는 것도 싫다”는 게 그의 주장.

부자들의 사는 모습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저는 미국 유학시절 하이소사이어티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경험해 봤어요. 그 사람들이 마시는 최고급 와인을 즐길 줄 알고, 그 사람들이 즐겨 입는 옷을 입을 줄 알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게 불편하니까 안 할 뿐이죠. 할 줄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고 알면서 안 하는 겁니다.”

그는 ‘상류층 생활’이 “신비스럽지도 않고 선망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미혼인 이 사장은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했다. 남편감으로 ‘마음이 넓고 편협하지 않은 사람’을 꼽았다. 남편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조건에 대해 물었다. 이 사장이 피식 웃었다.

“관심 없어요. 돈이나 지위 같은 건 제가 커버하면 되잖아요?”

●주식투자자

98년 외환위기 직후 종합주가지수가 200선으로 무너졌던 시절. 주식 트레이더였던 K씨(38)는 ‘지금이 한국 증시의 역사적인 바닥’이라는 생각에 전 재산을 털어 주식투자에 나섰다. 100원대까지 폭락했던 몇몇 증권 우선주를 비롯해 1년여 뒤 전성기를 맞은 정보기술(IT) 관련주들이 그가 사 모은 주식. 그의 도박은 적중했다. 99, 2000년 코스닥 열풍을 등에 업고 그는 어느덧 100억원대의 부자 반열에 올라섰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지방대학을 졸업한 K씨. 그의 현재 직업은 ‘주식 데이트레이더’다. 번 돈의 상당액을 부동산에 투자했고 지금은 10억원이 넘는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메이커를 알 수 없는 반바지에 노란색 버버리 반팔 티셔츠, 500만원짜리 롤렉스시계에 길거리에서 샀다는 2만원 짜리 샌들을 신고 K씨는 나타났다. 평소 옷이나 신발은 친하게 지내는 룸살롱 여종업원과 함께 쇼핑을 나가 그가 추천해 주는 것을 산다고 했다. 운전면허가 없어 차를 몰지 않으며 대신 모범택시를 이용한다. 사는 곳에 대해서는 “시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고만 답했다. 미혼.

“데이트레이더가 장중에 사람을 만나도 되느냐”고 묻자 K씨는 “오늘은 매매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날 과음을 한 탓에 늦게 일어났다는 것. 정신이 완전히 맑지 않을 때는 주식을 일절 생각하지 않는다. 수요일과 금요일에 주로 술을 마시는데 혼자 고급 룸살롱을 찾는 일이 많다.

룸살롱을 자주 가는 이유를 물었다.

“거기서는 내가 ‘황제’죠.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대접을 받으니까요. 단골 룸살롱에는 전화 한 통만 하면 모든 게 준비됩니다. 가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과시를 하고 싶은 기분이 들면 한번도 안 가 본 룸살롱에 들어가죠. 룸살롱에서는 외모나 직위는 아무 소용없어요. 지갑에 얼마가 들었느냐가 중요할 뿐이죠.”

K씨가 웃으며 지갑을 열어 보인다. 지갑 안에는 10만원 짜리 수표 20여장과 1만원 짜리 지폐 여섯 장이 빼곡히 들어있었다.

그는 인터뷰 도중 “돈을 제대로 쓰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몇 차례 말했다. ‘돈이 주는 권력’에도 관심이 크다고 했다.

K씨는 투자 규모가 크고 거래량도 많아 증권사 직원들에게는 매출을 올려주는 최고의 영웅 대접을 받는다. 이처럼 그는 돈의 위력 앞에 사람들이 머리 숙이는 모습을 좋아한다. 인터뷰 도중 카페 종업원을 불러 “야, 여기 오렌지 주스가 왜 이렇게 시냐? 딴 거는 뭐가 맛있어?”라며 반말로 메뉴판을 가져오라고도 했다.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모든 이에게 존경받는 사람은 되고 싶지도 않고 될 자격도 없다는 게 K씨의 말. 사업을 할 생각도 없다. 일에 미친다고 행복해질 것 같지 않아서다.

K씨는 스스로를 ‘졸부’라고 불렀다. 자신이 형성한 부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벼락 같은 행운이 나한테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 행운을 더 발전시켜 스스로를 그저 부자가 아닌 상류사회에 적응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요즘은 사람들과 만날 때 뭘 입어야 하는지, 뭘 먹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게 즐겁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지금의 부를 더 늘려야죠. 그리고 더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교제하며 저를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청년 기업가

e비즈니스 기업 이모션 정주형 사장(30). 지난해 8월 29세의 나이로 자신이 창업한 이모션을 코스닥에 등록시킴으로써 증시 역사상 최연소 코스닥 최고경영자(CEO)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현재 증시에서 평가받는 이모션의 기업가치는 약 240억원. 정 사장의 지분은 45.34%이며 이를 시가로 환산하면 110억원 정도가 된다.

정 사장은 경찰 공무원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서울대 산업디자인과 92학번으로 대학 입학 후 곧바로 ‘자립해서 돈을 벌겠다’는 일념에 컴퓨터 관련 일을 시작했다. ‘일벌레’ 소리를 들으며 모은 5000만원으로 95년 이모션을 차렸다.

10일 오후 2시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이모션 회의실에서 하늘색 조르지오 아르마니 와이셔츠에 노타이, 구치 구두를 신은 그를 만났다. 선물 받았다는 금목걸이와 일본 출장길에 샀다는 전자시계가 액세서리였다. 그는 “평소에는 티셔츠와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나오지만 손님을 만날 때는 정장으로 갈아 입는다”고 말했다.

미혼인 정 사장은 분기에 한 번 정도 직장 동료, 친구들과 동대문 밀리오레로 쇼핑을 간다. 취미는 스타크래프트.

지난해 10월 정 사장은 차를 수입차종인 BMW로 바꿨고 강남구에 70평짜리 빌라를 구입해 형과 함께 살고 있다. 집과 차 이야기가 나오자 정 사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외제 차와 빌라 산 걸 크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두 개 다 팔려고 내놓았는데 잘 안 팔리네요.”

후회하는 이유를 물었다.

“저는 한 기업, 그것도 도전 정신이 넘쳐야 하는 벤처 기업의 리더입니다. 리더는 직원들과 정서적인 갭이 없어야 합니다. 젊은 CEO가 큰집에 살며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건 직원들과 갭을 줄이는 데 도움이 안 됩니다. 옛날 24평 아파트에 살 때에는 직원들을 집에 자주 불러 놀기도 했는데 지금은 부담스러워서 그렇게 못 합니다. 결국 제가 실수한 거지요.”

정 사장은 집과 차를 사게 된 개인적인 사정을 자세히 설명했지만 기사화하지는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결혼 계획은 아직 없다. 심지어 결혼 중매인들로부터 그 흔한 의사타진도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지금까지 들은 새빨간 거짓말 두 가지가 ‘서울대만 졸업하면 여자가 줄을 선다’ ‘회사가 코스닥에 등록만 하면 중매인들이 벌떼처럼 달라붙는다’는 거였다”라며 웃었다.

어떤 부자로 살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는 “나는 다른 부자와는 개념 자체가 다른 사람”이라고 답했다.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100억원이 넘지만 현금은 거의 없어 쓸 돈이 많지 않다는 것. 경영자로서 꿈이 크기 때문에 주식을 팔아 이를 현금화할 생각도 없다. 양해를 구하고 살펴본 그의 페라가모 지갑 안에는 신용카드 두 장과 5000원 짜리 지폐 한 장이 들어있었다.

“2000년 초 이모션을 150억원에 사겠다는 제안이 있었어요. 돈만 생각하면 팔 수도 있었지만 고민 끝에 거절했죠. 그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단순히 돈 많은 부자’가 아니라 ‘좋은 기업을 경영하는 부자’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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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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