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울어버린 金장관…농림부 공무원들 “사랑합니다” 말에

  • 입력 2003년 7월 16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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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金泳鎭) 농림부 장관은 끝내 울어버리고 말았다.

1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농림부. 100여명의 공무원이 “장관님은 사표를 철회하세요!” “장관님을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청사를 떠나려는 김 장관을 막아섰다.

김 장관은 “이러시면 안 됩니다. 보내주십시오”라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참았던 눈물을 삼키진 못했다. 직원들도 모두 흐느꼈다.

올해 2월 27일 농림부 장관에 취임한 지 140일. 처음엔 농민운동을 거친 정치인 출신으로 장관직을 맡은 까닭에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많았다. 더구나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당시 스위스 제네바에서 ‘삭발 투쟁’까지 벌여 돌출적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김 장관은 취임 직후 농민단체들과의 밤샘 토론, 세계 각국 농정 담당자들과의 연쇄 회동 등을 통해 이 같은 우려를 씻어냈다. 농촌에 애정이 강하면서도 전체 한국경제라는 관점에서 ‘주장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분명히 구분해 대응한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김 장관은 고등학교 졸업 후 농협에서 잠시 근무하다 78년 기독교청년전남연합회 회장을 맡으면서 농민 운동에 뛰어들었다. 79년 ‘광주YMCA 사건’, 82년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두 번의 옥고도 치렀다. 88년 13대 국회의원 당선과 함께 정치에 입문했다. 15년간의 의정활동에서 줄곧 농림해양수산위에 몸담았다.

그는 의원 시절부터 “꼭 한 번은 농림부 장관으로 농정(農政)을 책임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 희망은 이루어졌지만 새만금사태 악화로 충분히 뜻을 펼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졌다.

김 장관은 “이번 사퇴는 어제 밤새 기도하고 고민하며 내린 결론”이라며 “지금 이 순간부터 농림부를 떠날 것이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의도적 사퇴’가 아닌가 하는 질문에 “내 가슴을 열 수 있다면 마음을 꺼내 보여주고 싶다”며 “지금은 총선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이날 ‘사퇴 선언’ 후 경기도 모처에 있는 기도원으로 향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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