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일성 동영상’ 묵과할 일 아니다

  • 입력 2003년 7월 16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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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동영상이 5일간 게재된 것은 풀어질 대로 풀어진 우리 사회의 대북 인식을 절감케 하는 사례다. 민주노총이 어제 문제의 동영상이 올랐던 열린마당의 운영을 중단하기는 했으나 그 정도로 봉합될 일이 아니다. 일주일 전에는 서해교전 참전 병사들을 ‘악마’에 비유한 어느 여대 총학생회 명의의 글이 인터넷에서 유포돼 국민을 분노케 했다. 인터넷을 활용한 불순세력의 공공연한 ‘이적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3000여명의 네티즌이 ‘친북 동영상’을 보고 수백명이 비난하는 글을 올리는 등 파문이 확산됐으나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기만 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전화로 삭제요청을 했을 뿐 아직까지 정식 삭제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도 동영상 게재사실이 신문에 보도되고 나서야 삭제여부를 문의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정부가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기도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은 물론 언론이 지적할 때까지 사실상 방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이 올해 초 ‘인터넷은 국가보안법이 무력화된 특별공간’이라며 인터넷 게시판을 ‘항일유격대가 다루던 총과 같은 무기’로 활용해 대남 심리전을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린 사실을 떠올리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북한이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터넷을 선전도구로 활용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오는 친북 성향의 글들을 네티즌의 ‘치기어린 장난’으로 볼 때가 아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사이버상의 ‘사상혼란’은 막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국기(國基)를 흔드는 글이나 동영상이 인터넷에 오르면 즉각 추적에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도 문제의 동영상을 곧바로 삭제하지 않은 데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한다. 명예를 손상당한 여대 총학생회처럼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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