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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정명훈 지휘 도쿄필 연주회 객석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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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정명훈 지휘 도쿄필 연주회 객석 열광

입력 2003-07-16 18:14수정 2009-10-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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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도쿄 분카무라 오차드홀에서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정명훈씨가 말러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한 뒤 객석의 갈채에 답하고 있다. -도쿄=유윤종기자

“이 부분의 소리는 단순한 포르티시모가 아닙니다. 얍, 하고 소리를 지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얍!”

15일 오후 도쿄 시부야의 음악회장인 분카무라(文化村) 오차드홀. 도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예술고문 정명훈은 자신의 ‘세 번째 악기’인 도쿄필의 정기연주회 리허설을 지휘하고 있었다. 연습곡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2악장 ‘질풍 같은 움직임으로’.

단원들은 ‘마에스트로’를 따라 얍, 하는 입 모양을 지어보였다. 그가 다시 지휘봉을 쳐들자 소리의 색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잔인할 정도로 휘황하게, 작곡가 내면의 절규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도쿄필을 비롯한 일본 정상급 교향악단의 테크닉은 유럽 최고 악단들과 다름없습니다. 단 테크닉을 뛰어넘는 ‘뜨거움’이랄까, 강렬한 표현이 부족했죠. 이것을 이끌어내는 것이 내게 주어진 일입니다.”

정명훈이 도쿄필의 예술고문으로 초청된 것은 2001년 4월.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로마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라는 두 거대조직의 수장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에게 도쿄필 관계자는 ‘사고초려(四顧草廬)’, 네 번씩이나 찾아와 설득했다. 그로부터 2년 후, 일본의 ‘정명훈 열풍’은 당초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음악전문지들의 설문조사 결과 정명훈의 인기도는 ‘일본 지휘계의 자존심’인 오자와 세이지(전 보스턴 교향악단 상임지휘자·현 빈 국립오페라극장 예술감독)를 완전히 제쳤다. 도쿄필도 일본 교향악계의 상징이었던 NHK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인기를 뛰어넘었다. 도쿄필 관계자는 “마에스트로 정에게 세계1급의 대우를 하지만, 그가 온 뒤 쏟아지는 여러 기업체의 협찬은 그 몇 배에 이른다”라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일본의 장기 불황은 공연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정명훈의 콘서트는 언제나 조기예매가 필수다. 15일 연주회도, 도쿄필과 오차드홀의 정기회원이 일찌감치 C, D석을 선점하는 바람에 주최측은 ‘S, A석만 구입 가능’이라고 공연포스터에서 밝혔다.

오후 7시, 일찌감치 2000여석의 오차드홀은 만원을 이뤘다. 프랑수아 를루가 협연하는 모차르트의 오보에 협주곡 C장조에 이어 이날의 메인 프로그램인 말러의 교향곡 5번 C샤프단조가 시작되자 객석에서는 옷자락 스치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이날 연주는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일본 교향악단’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1, 2악장의 잔인한 세기말적 질풍노도는 물론 5악장의 상쾌한 질주도 더할 나위 없이 또렷한 양감과 콘트라스트(색상대비)로 전달됐다. 정명훈이 오른손을 깊이 내려 원을 그리듯 휘젓는 특유의 동작으로 강렬한 전체합주의 포르티시모를 불러낼 때마다 관객들은 ‘복부 어퍼컷’을 얻어맞은 듯 움찔했다. 트럼펫의 상쾌한 코랄(성가풍) 주제와 마구 달려가는 듯한 합주로 75분의 장대한 교향곡이 막을 내리자 관객들은 너나없이 ‘브라보!’라고 외치며 열광적 반응을 보였다.

“시노폴리도, 래틀도 좋다, 그렇지만 정명훈은 좀 다르다. 같은 동양인이라서일까. 아픈 데를 일일이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

기업체 임원이라는 한 백발의 관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바쁘지만 오기를 잘했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도쿄필은 정명훈의 예술고문 취임 후 처음으로 8월 31일 오후 6시반 ‘마에스트로의 나라’인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를 갖는다. 말러의 첫 교향곡 ‘거인’과 피아니스트 백혜선(서울대 교수)이 협연하는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3만∼12만원. 29일 부산문화회관, 30일 대구 경북대 대강당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콘서트가 열린다. 극성팬들의 열기를 감안해 도쿄필은 일본인 대상으로 한국공연 관람이 포함된 3박, 4박의 관광상품까지 내놓았다. 1588-7890, 02-547-5694, www.cmikorea.co.kr

도쿄=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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