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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상영/의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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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상영/의형제

입력 2003-07-16 18:01수정 2009-10-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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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유명한 의형제는 삼국지의 주인공인 유비 관우 장비다. 하는 일 없이 무위도식하던 이들은 의형제를 맺은 뒤 황건적의 난 때 역사의 전면에 등장해 일세를 풍미하는 영웅이 된다. 이들이 맺은 도원결의(桃園結義)가 의형제를 상징하는 말이 된 것은 이들이 평생토록 형제로서의 의(義)를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형제를 맺는다는 것은 피붙이는 아니지만 형제만큼이나 가깝게 인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서로 확인하는 절차다.

▷의형제를 맺는 풍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부터 있어 왔다. 그리스 신화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의형제를 맺으며, 서유기에서 당 태종은 인도로 떠나는 현장 법사와 의형제를 맺는다. 남성들만의 전유물도 아니어서 서포 김만중이 쓴 소설 구운몽에는 주인공 양소유의 여덟 부인이 모두 의자매를 맺고 사이좋게 살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의형제를 맺는 일이 항상 순수한 의도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몽골 유목민들은 다른 부족의 실력자끼리 의형제를 맺는 ‘안다 서약’이라는 관습을 갖고 있었다. 피를 섞어 마시고 옷이나 허리띠를 맞바꾸는 의식을 통해 인위적 혈연관계를 만들어 대등한 연합관계가 되었다. 하지만 의형제를 맺은 뒤라도 이해가 충돌하면 가차 없이 갈라섰고 서로를 속속들이 아는 적수로 변했다.

▷한국인은 성격이 직설적이어서 처음 만나서도 쉽게 의기투합하고 의형제를 잘 맺는다고 한다. 특히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들은 열성 팬뿐 아니라 서로간에도 곧잘 의형제를 맺는다. 남과 북의 농구선수가 해외대회에서 만나 의형제를 맺었다거나 유명 야구선수가 좋아하는 가수와 의형제를 맺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온다. 얼마 전에는 핵가족 시대 아이들에게 형제를 만들어 주기 위해 전교생이 모두 의형제 결연식을 가진 초등학교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불우아동들과 단체로 의형제를 맺고 도와주는 학생들의 훈훈한 미담도 들린다.

▷서로를 이용하기 위해 맺은 의형제도 있다. ‘주먹’들은 조직의 결속을 다지고 부하의 충성심을 다짐받는 수단으로 의형제를 맺는다. 하지만 이런 ‘검은 결속’은 인간적 유대로 뭉친 것이 아니어서 이권이 사라지면 무너지게 마련이다. 청와대에 파견 근무했던 경찰관이 정치권 로비로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굿모닝시티 임원과 의형제 관계였다는 폭로가 나왔다. 범법자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사기꾼 집단의 일원과 도원결의하면서 바랐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상가를 분양받기 위해 20, 30년 동안 모은 재산을 투자했다가 졸지에 날려버린 피해자들만 속 터질 일이다.

김상영 논설위원 you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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