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월 핵심부품 선적前 중단”

  • 입력 2003년 7월 15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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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전기를 공급한다”며 96년 시작한 경수로 건설사업이 중단이냐, 계속되느냐는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다.

15일에도 미국측은 북한 현지의 미국인 대표 철수 방침을 흘리고, “미국 일본은 2003년분 운영예산조차 내겠다고 밝히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통일부 경수로 기획단측은 이에 대해 “북한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문제여서 확인하기 어렵다”거나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에 부심했다. 그러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경수로의 앞날은 미국식 완전 중단(termination), 일본식 잠정 중단(suspension), 한국식 명맥유지라는 세 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도 이달 초 워싱턴 정책협의회 이후 “(미국이 워낙 완강해) 어떤 방식으로든 사업지속은 어렵다”는 속내를 비춘 적이 있다.

▽완강한 미국=경수로사업의 열쇠를 쥔 미국은 “경수로는 핵무기 포기의 대가로 쥐어주자는 것이었다. 북한이 핵개발을 선언한 이상 공사를 계속할 수는 없다”며 ‘완전 중단’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미 한국과 일본에 “기술적 문제로 8월 말 공사를 중단할 수 있다”고 통보해 놓고 있다.

미국이 8월 말을 ‘결심 시점’으로 잡은 것은 핵심 부품인 원자로 배수탱크의 선적 예정일이 9월 1일이기 때문. 배수탱크가 9월 중 북한 함경남도 금호사무소(신포지구)에 도착하지 않으면, 나머지 공사는 사실상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9월 위기설’이 흘러나오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미국 뉴욕에선 14, 15일(현지시간) 한미일 3국의 경수로사업 과장급 실무자가 협의모임을 시작했다. 미국이 배수탱크의 납품을 거부할 경우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다.

▽정부는 다자회담에 기대=정부 희망은 ‘명맥 유지’. 경수로 중단은 북한핵 위기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비(非)핵심 공사는 계속해서 끈은 유지하자는 논리다. 경수로 기획단 관계자는 “뉴욕 실무협의에선 배수탱크가 없더라도 외벽공사, 부속건물 공사 등 다른 공사를 먼저 실시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경수로 문제는 9월 이전에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확대 다자회담을 통해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는 일본 정부는 ‘잠정 중단’이라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통일연구원 전성훈(全星勳) 박사는 “정부가 너무 사업유지에 매달려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가 북한 책임으로 파경에 이른 경수로 사업에 집착할 경우, 정작 미국에 뭔가를 요구할 상황이 생길 때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며 “통일 한국을 위해서도 경수로 발전시설은 필요한 만큼 KEDO의 틀은 유지하면서 일시적으로 공사를 중단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관련국가의 경수로 사업을 보는 시각
당사국의경수로 처리 구상주장 및 논리
미국영구 중단북한은 ‘북의 핵포기-국제사회의 에너지 제공’이란 제네바 합의를 깼다. 핵개발로 약속을 저버린 북한을 달래기 위해 또다시 돈을 쓸 수 는 없다(미 의회, 올 4월 에너지법안 개정안을 통해 경수로에서 손을 뗄 수 있는 근거 마련).
일본잠정 중단경수로를 계속 건설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수억달러를 투자한 경수로 사업을 완전포기하기도 어렵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에선 잠정적인 중단이 필요할 수 있다.
한국명맥 유지경수로 사업을 중단해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 경수로는 북한 핵 해결 이후에도 남북한을 위해 필요하다. 다만 미국의 강경한 입장을 고려해 핵심공사는 늦출 수 있다.
북한공사 계속미국이 경수로 사업시행 일자를 지키지 않고 있고 ‘악의 축’ 운운하며 관계개선을 강조한 제네바 합의를 어겼다. 공사는 당연히 계속해야 한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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