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前 美국방 “美와 北은 전쟁 향해 가고 있다”

  • 입력 2003년 7월 15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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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15일 “미국과 북한은 전쟁을 향해 떠내려가고 있다”며 “빠르면 아마도 금년 내에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북한 핵 문제 처리를 주도했던 페리 전 장관은 이 날짜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하면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하루빨리 (북한과의 협상 등) 외교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페리 전 장관은 “현재 시급한 걱정은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라며 “나는 지난 수개월간 ‘만약 북한이 재처리를 시작한다면 우리는 전쟁으로 이어지는 길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6개월 전만 해도 북핵 위기는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이었으나 부시 행정부의 잘못된 대처로 이제 미국은 통제능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테러리스트들과 미국의 적국들에 수출하기에 충분한 핵탄두를 곧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북한에서 진행 중인 핵프로그램은 미국 본토에서 핵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위험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페리 전 장관은 그동안 부시 행정부의 고위관리들,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중국 고위관리들과의 광범위한 대화 결과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페리 전 장관은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혼란 그 자체”라며 “점점 (북핵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없어지고 있으며, 매월 상황은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 행정부는 하루빨리 ‘강압적인 외교(coercive diplomacy)’에 나서야 한다”며 “이는 북한에 무엇인가를 제공하되 (일방적으로 양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먹을 불끈 쥐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국무부 등의 관리들은 익명을 전제로 “우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용납할 수 없다는 국제적인 합의와 공조체제를 이뤄내는 데 성공했으며, 북한 정권은 갈수록 고립되고 있다”며 “페리 전 장관의 견해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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