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포석 人事의 세계]김국길 KK컨설팅 사장<下>

  • 입력 2003년 7월 15일 18시 50분


코멘트
김국길 KK컨설팅 사장(가운데)이 정수진 노텔 네트웍스 코리아 사장(왼쪽), 하윤도 나이키 코리아 사장과 환담하고 있다. 김 사장은 두 사람을 헤드헌터로 일해온 14년간 만난 가장 모범적인 CEO상으로 추천했다. -사진제공 김국길씨
김국길 KK컨설팅 사장(가운데)이 정수진 노텔 네트웍스 코리아 사장(왼쪽), 하윤도 나이키 코리아 사장과 환담하고 있다. 김 사장은 두 사람을 헤드헌터로 일해온 14년간 만난 가장 모범적인 CEO상으로 추천했다. -사진제공 김국길씨
1998년 나이키 코리아는 존폐의 위기에 직면했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180여명이나 되는 직원을 해고하고도 매출은 급전직하했다. 도산을 눈앞에 둔 판매점들은 대책을 요구하며 연일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미국 나이키 본사에서는 철수 또는 매각론까지 불거져 나온 상황이었다.

나이키는 이때 김국길(金國吉) KK컨설팅 사장을 찾아와 무너진 영업망을 재구축할 영업담당 이삿감을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때 김 사장이 추천한 인물이 현재의 하윤도(河允導·51) 사장이다. 당시 그는 피자헛 코리아 영업본부장으로 있으면서 80여개의 매장을 140여개로 확장해 펩시그룹 산하 전 세계 지사 중 최우수 업체로 키워낸 인물이었다.

그러나 나이키측은 스포츠 상품과 음식이라는 품목의 차이 때문에 난색을 표했다. 김 사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유통과 소매 분야는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며, 하 본부장은 그런 비즈니스의 본질에 정통할 뿐 아니라 대인관계 능력이 탁월하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신발과 음식이라는 제품이 다르다고 기용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라는 그의 주장에 힘입어 결국 하 본부장은 영업이사로 발탁됐다. 그러나 그는 3개월 만에 김 사장을 찾아와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젊고 역동적이고 국제적인 회사 이미지와 달리 당시 회사는 상호불신이 너무도 컸습니다. 본사에 기획안을 내도 못 믿겠다며 받아주질 않고, 판매점들도 믿어주질 않았죠. 도저히 힘들어 안 되겠다 싶어 재이직을 요구했습니다.”(하윤도 사장)

김 사장은 그때 “뭐든지 잘 돌아가는 곳이라면 왜 당신의 능력이 필요하겠는가”라며 “지금 이 순간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기회도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고 한다.

심기일전한 하 사장은 본사와 직원, 판매점들을 하나하나 설득해 가며 영업망을 정상 궤도로 올려 놓았고 2000년에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나이키 코리아는 지난해 월드컵대표팀 유니폼을 통한 홍보효과로 전년 대비 52%의 이익 신장을 기록해 나이키 본사로부터 ‘올해의 국가(Country of the Year)’로 뽑혔다.

또 올해 초에는 나이키 본사의 집중감사를 받고 나이키의 해외계열사로는 최초로 경영구조 1등급 판정을 받았다.

하 사장이 탁월한 대인관계로 문제를 정면돌파하는 형이라면 캐나다에 본사를 둔 통신장비업체 노텔 네트웍스 코리아의 정수진(鄭壽鎭·54) 사장은 빈틈없는 치밀함으로 차곡차곡 문제를 풀어가는 형이다. 김 사장은 정 사장이 외국계 재료공학 전문업체인 레이켐 코리아 사장을 맡고 있을 때 그를 처음 만났다. 정 사장이 레이켐 임원진을 뽑을 때 김 사장에게 의뢰했던 것. 김 사장은 그 과정에서 혀를 내둘렀다고 했다.

“내가 많은 CEO를 봤지만 정 사장처럼 치밀한 사람은 못 봤습니다. 정 사장은 어떤 프로젝트든지 가능한 모든 시뮬레이션 상황을 만들고 빈틈없이 시나리오를 짜는 스타일이죠.”

2000년 노텔 네트웍스 코리아가 한국인 CEO를 찾는다는 말에 김 사장은 고객이었던 정 사장을 추천했다. 역시 소재산업과 정보기술(IT) 업체로 분야는 달랐지만 정 사장은 취임 1년 만에 매출을 2.5배나 성장시켰다. 노텔은 현재 외국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IMT-2000사업을 추진중인 KTF와 SKT 양쪽 모두의 통신장비 예비 업체로 선정돼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국내 무선통신업체들의 가장 큰 욕구가 국산화에 대한 열망임을 읽고 이를 최대한 반영하는 사업계획서를 짠 것이 주효했다는 정 사장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두 사람의 공통점으로 강한 도전의식과 성취욕을 꼽았다. 자신의 능력을 펼치기 위해 이직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난관을 회피하기보다 돌파하기를 즐긴다는 것이다. 점잖아 보이는 정 사장은 자극이 필요할 때면 한겨울 설악산에 가거나 일본의 북알프스(3400m) 같은 험한 산행을 즐긴다고 한다.

“축구에서도 골 맛을 아는 선수가 골을 넣는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과거에 성공을 경험한 CEO가 미래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법입니다. 최고의 CEO들은 겸손함 속에 바로 그런 긍지와 자부심에서 우러나는 성공의 향취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은은한 향취를 단숨에 읽어낼 수 있는 후각, 그것이야말로 14년간의 헤드헌터 경험을 통해 터득한 감각이라고 김 사장은 덧붙였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제1부 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