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性 숭배문화' 책 펴낸 이종철 국립민속박물관장

  • 입력 2003년 7월 15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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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앞으로 상업화된 성 문화 등 시대의 변화에 따른 성 문화를 연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종철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앞으로 상업화된 성 문화 등 시대의 변화에 따른 성 문화를 연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국의 성(性) 숭배문화는 이미 80년대부터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주제입니다. 공직에 있어 틈이 나지 않는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뤄오다 뒤늦게 책을 펴냈지요.”

이종철 국립민속박물관장(59)이 최근 한국 전통사회에 나타난 성 숭배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한국의 성 숭배문화’(민속원)를 냈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성 숭배문화의 역사와 함께 이런 의식이 어떻게 표현됐는지 고찰하고 의미를 탐구했다.

이 관장은 “고려시대 이전의 성은 일반 민중에게 감춰진 것은 아니었다”며 “조선 이후 유교적 전통이 자리잡으면서 성이 은밀한 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민간에서는 남근석이나 풍어기원제 등에서 드러나듯이 ‘성 숭배문화’가 자연스럽게 유지돼 왔다.

그는 유물과 유적, 민속자료에 나타난 성 숭배문화 자료를 수집 정리했고 줄다리기 강강술래 놋다리밟기 등 전통 연희에 숨어있는 성 숭배 의식도 파헤쳤다. 줄다리기의 경우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이지만 줄다리기에 참여한 양쪽이 암줄, 수줄로 명명한 줄을 엮어 당기는 것은 성 결합 의식을 상징한다는 것.

“민속에 나타난 성 숭배문화 연구에 눈을 돌린 것은 장승 연구에 몰입하면서부터입니다. 남녀가 나란히 서 있는 장승을 연구하다가 ‘감춰진 문화(covert culture)’로의 성 숭배문화가 전통사회에 널리 퍼져 있음을 알았습니다. 1984년 국립광주박물관에 있을 때 전국을 돌며 ‘한국의 성 신앙 현지조사’를 한 경험도 풍부한 자료를 수집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 관장은 ‘장승’(1988) ‘남녘의 벅수’(1990) ‘서낭당’(1994) 등 장승에 관한 연구서들을 펴냈고 ‘성, 숭배와 금기의 문화’(1994) ‘민중들이 바라본 성 문학’(1999) 등 성문화 관련 저서들을 공저로 발간했다. 2001년 영남대 대학원에서의 박사학위 논문도 성 숭배문화를 주제로 삼았다. 그는 앞으로 시대 변천과 함께 ‘성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연구해 책으로 펴내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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