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관장은 “고려시대 이전의 성은 일반 민중에게 감춰진 것은 아니었다”며 “조선 이후 유교적 전통이 자리잡으면서 성이 은밀한 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민간에서는 남근석이나 풍어기원제 등에서 드러나듯이 ‘성 숭배문화’가 자연스럽게 유지돼 왔다.
그는 유물과 유적, 민속자료에 나타난 성 숭배문화 자료를 수집 정리했고 줄다리기 강강술래 놋다리밟기 등 전통 연희에 숨어있는 성 숭배 의식도 파헤쳤다. 줄다리기의 경우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이지만 줄다리기에 참여한 양쪽이 암줄, 수줄로 명명한 줄을 엮어 당기는 것은 성 결합 의식을 상징한다는 것.
“민속에 나타난 성 숭배문화 연구에 눈을 돌린 것은 장승 연구에 몰입하면서부터입니다. 남녀가 나란히 서 있는 장승을 연구하다가 ‘감춰진 문화(covert culture)’로의 성 숭배문화가 전통사회에 널리 퍼져 있음을 알았습니다. 1984년 국립광주박물관에 있을 때 전국을 돌며 ‘한국의 성 신앙 현지조사’를 한 경험도 풍부한 자료를 수집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 관장은 ‘장승’(1988) ‘남녘의 벅수’(1990) ‘서낭당’(1994) 등 장승에 관한 연구서들을 펴냈고 ‘성, 숭배와 금기의 문화’(1994) ‘민중들이 바라본 성 문학’(1999) 등 성문화 관련 저서들을 공저로 발간했다. 2001년 영남대 대학원에서의 박사학위 논문도 성 숭배문화를 주제로 삼았다. 그는 앞으로 시대 변천과 함께 ‘성 문화’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연구해 책으로 펴내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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