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상류 주민‘물이용부담금’ 공무원-郡의원 ‘물쓰듯 유용’

  • 입력 2003년 7월 15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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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 상수원의 수질 개선과 개발에 제한을 받고 있는 상류지역 주민 지원을 위해 하류지역 주민들이 납부한 연간 2500억원대의 한강수계기금(물이용부담금) 중 일부가 유용돼 온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수원지검 특수부(김동만·金東滿 부장검사)는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지원자격을 속여 한강수계기금을 지원받은 경기 양평군 양서면 주민지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 하모씨(47)와 추진위원 정모씨(47) 등 6명을 15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모 대학 교수 허모씨(50)와 양평 군의원 박모씨(51), 양평군청 공무원 김모씨(36·지방 7급) 등 4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하씨는 2001년 1월 수계기금 8000만원을 지원받아 마을회관을 신축하면서 허위 공사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2000만원을 챙긴 혐의다.

또 정씨는 올 1월 수계기금 5900만원을 지원받아 마을 공동집하장을 지은 뒤 친형이 운영하는 영농조합에 팔아넘겨 받은 대금을 주민 20여명과 나눠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허씨와 박씨는 2000년 8월과 2002년 12월 이 지역 거주자가 아니면서도 위장전입 등의 수법으로 기금지원대상 자격을 갖춘 뒤 500만원씩을 지급받아 별장 등에 보일러를 설치했다는 것.

공무원 김씨는 99∼2001년 양서면 주민지원사업을 전담하면서 사업이 완료된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70건의 허위 출장복명서를 작성해 6000만원의 기금을 낭비토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주민지원사업의 계획 및 집행이 읍면이나 마을 단위로 구성된 주민지원사업추진위원회에 과도하게 위임돼 있는 반면 이를 관리할 공무원은 시군별로 1, 2명에 불과해 기금 운용과 관련된 비리를 양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원받은 기금이 남게 되자 이미 포장을 한 도로 위에 추가로 아스콘 포장을 한 사례도 적발됐다”며 “마을 주민은 물론 교수 및 군의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게까지 만연한 총체적인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고 말했다.

1999년 제정된 한강수계상수원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한강법)에 따라 팔당 상수원으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는 서울 경기 인천 등 22개 시군 주민들이 수도요금과는 별도로 수돗물 t당 120원씩을 부담해서 마련된 기금이다. 이 기금은 팔당호 수질보호 때문에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는 양평 광주 등 8개 시군의 환경기초시설 건립과 주민에 대한 지원사업에 사용된다. 그러나 주민들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지급 등은 금지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주민지원사업비는 연간 2500억원의 기금 중 7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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