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듣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야구는 할 수 있습니다. 실력으로 보여주겠습니다.”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충주성심학교가 야구단을 창단한 것은 지난해 9월. 처음엔 축구팀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심판의 휘슬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야구로 바꿨다. 야구는 전광판에 스트라이크, 볼 등이 표시돼 듣지 못해도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야구부원은 모두 20명. 하지만 이 가운데 고등부는 10명밖에 되지 않아 엔트리를 겨우 채울 수 있을 정도. 그래도 열의는 대단하다. 실업팀 제일은행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김인태 감독(46)과 군산상고를 거쳐 프로야구 쌍방울에서 뛴 박상수 코치(33)의 지도 아래 매주 4차례 탄금야구장에서 땀을 흘린다.
야구에선 방망이가 공을 때리는 소리를 듣고 볼이 날아가는 방향을 예측한다. 듣지 못하는 충주성심학교 선수들에겐 이 점이 가장 큰 핸디캡. 그래서 선수들은 한시도 공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감독과 선수의 대화는 체육교사인 박정석, 임영규씨가 수화로 전달한다. 봉황기 대회에서도 대한야구협회의 양해를 구해 교사들이 수화로 사인을 전달할 예정.
그렇다면 야구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선수들은 “지난달 일본 고베농학교와의 친선경기에서 22-0으로 대승했다”고 자랑한다. 야구선수 출신으로 야구단 창단작업을 이끈 조일연 교감은 “우리의 목적은 단순한 참가가 아니다. 실력으로 꼭 1승을 거둘 것이다.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편 충주성심학교 야구단 소식이 알려지자 홈런스타 이승엽(27·삼성)은 올 시즌 40호 홈런부터 홈런 한 개를 추가할 때마다 학교에 100만원씩 내기로 약속했다. 또 한국야구위원회는 17일 대전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선수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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