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야기 대신 퀴즈에 벌칙…좌충우돌 '놀자' 토크쇼

  • 입력 2003년 7월 15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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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토크쇼’가 지고 ‘변형 토크쇼’가 뜨고 있다. 동요나 가곡을 부르다 가사가 틀리면 쟁반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벌칙 게임을 진행하는 KBS2 ‘해피투게더’의 ‘쟁반 노래방’코너(왼쪽). 게스트가 진행자와 함께 엽기적인 미니 시트콤을 연기하는 SBS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 헤이 헤이’. 사진제공 KBS SBS
‘정통 토크쇼’가 지고 ‘변형 토크쇼’가 뜨고 있다. 동요나 가곡을 부르다 가사가 틀리면 쟁반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벌칙 게임을 진행하는 KBS2 ‘해피투게더’의 ‘쟁반 노래방’코너(왼쪽). 게스트가 진행자와 함께 엽기적인 미니 시트콤을 연기하는 SBS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 헤이 헤이’. 사진제공 KBS SBS

‘정통 토크쇼’가 사라지고 있다.

‘이홍렬쇼’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 ‘김혜수 플러스유’(이상 SBS) 등 90년대 후반∼2000년대초 TV를 주름잡던 밤시간대 정통 토크 프로그램은 지난해 8월 끝난 ‘서세원쇼’(KBS2)를 끝으로 지상파 방송 3사에서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정통 토크의 빈자리를 메운 것은 ‘변형 토크’. 테마콩트, 설문조사, 벌칙 등을 토크와 잡종 교배시킨 것이다. 방송가에서는 2001년 9월 시작된 ‘해피투게더’(KBS2)의 ‘쟁반 노래방’코너가 변형 토크를 본격 도입한 첫 케이스로 손꼽는다. 동요·가곡를 부르다 가사가 틀리면 쟁반이 머리로 떨어지는 이 코너는 출연진의 코믹 동작과 벌칙이 웃음의 포인트.

이밖에 △남녀 1만 명에게 질문해 상위 5위 응답을 맞추는 ‘야심만만’(SBS) △초대 손님이 특정 단어를 말하거나 행위를 보일 때마다 진행자에게 물세례를 퍼붓는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KBS2) 중 ‘위험한 초대’ 코너도 유사하다.

SBS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 헤이 헤이’(SBS)는 ‘스타 토크’라는 15분여의 토크 코너를 최근 폐지하고, 코믹 콩트로 연예인들의 개인사를 털어놓는 ‘웃자웃자’ 코너를 확대했다.

이같은 ‘변형 토크쇼’의 바람을 진단했다.

▽시청자가 변했다=인터넷과 모바일 등 통신의 발달과 급증하는 연예정보프로그램 탓에 연예인 관련 정보 습득의 속도는 빨라지고 통로도 다각화됐다.

또 ‘토크쇼 임성훈과 함께’(MBC)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SBS) 등 아침 프로그램도 연예 정보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연예인들이 정통 토크쇼에 출연해 ‘잘난 체’하거나 ‘예쁜’ 모습만 보이는 것을 시청자들이 ‘참아주지’ 않는다고 오락 PD들은 설명한다. ‘헤이헤이헤이’의 남승용 PD는 “시청률은 ‘스타가 나오는가’가 아니라 ‘스타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에 좌우된다”며 “자신의 새 음반이나 영화 얘기만 늘어놓으면 곧장 채널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은 이를 의식해 출연하면 철저히 ‘망가진다’. 새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8일 ‘헤이헤이헤이’에 출연한 영화배우 장진영은 남편의 면전에다 방귀를 끼어대는 ‘결혼 후 돌변한 여자’를 연기해야 했다.

▽‘장치’가 필요하다=정통 토크는 진행자가 질문하고 게스트는 준비된 답변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이젠 토크도 독특한 포맷에 얹어야 한다. 오락 PD들은 “90년대 후반까지 ‘섭외’가 90%, ‘아이템’이 10%였다면 지금은 ‘섭외’가 10%, ‘아이템’이 90%”라고 말한다.

‘토크’ 자체보다 ‘포맷의 재미’가 우선한다는 것. 설문조사 게임 미니시트콤 등의 ‘장치’(포맷)를 마련하고 게스트를 ‘노는’ 분위기에 젖게 만들면 방심한 게스트의 ‘돌연 고백’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3일 ‘해피 투게더’에서 ‘책가방 토크’ 코너에 나온 탤런트 겸 가수 차태현은 “라이브로 노래할 땐 숨이 너무 차요”라고 ‘실토’하기도 했다. ‘야심만만’에 출연해 ‘남자가 하는 거짓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맞추던 한 여자 탤런트는 ‘애인과 있다가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 하는 말’로 ‘체험’임을 들어 “내일 스케줄 없는데라고 말한다”고 밝혀 좌중을 놀라게 했다.

이런 ‘장치 우선’의 움직임은 ‘토크쇼의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도 듣는다. 6일 방송된 ‘위험한 초대’에는 가수 성유리가 게스트로 나왔으나 드라마 촬영에 얽힌 일화보다 진행자에 대한 가학적 ‘벌칙’에 프로그램의 초점이 집중돼 게스트의 이야기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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