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1500cc급 명예퇴진 할듯…수출용 1600cc대체 예상

  • 입력 2003년 7월 15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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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의 기준이 바뀌면서 국내 자동차시장의 구조개편이 예상되고 있다.

2000cc와 비교해 세제혜택이 없어진 ‘1500cc급’ 승용차가 서서히 소멸되고 대신 소형차의 국제적 기준인 ‘1600cc급’ 승용차가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선 “국내 자동차회사의 판매 단가가 높아져 수익성과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엔진의 상향조정=그동안 국내 승용차 특소세는 1500cc가 2000cc에 비해 3% 가량 낮았다. 그러나 특소세 개편으로 2000cc 이하의 세율이 모두 같아졌다.

현대자동차의 한 임원은 “미국과 유럽에선 중소형차의 배기량이 1600cc인데 한국에선 1500cc에 세제 혜택을 줘 2개 엔진으로 승용차를 만들어왔다”며 “이제 1500cc는 (고객엔) 세금 혜택이 없고 회사수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500cc급은 차체에 비해 엔진이 작아 힘이 없는 편이었다”며 “성능이 좋아진 1600cc의 호응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출되는 엔진이어서 도입하기도 어렵지 않다는 것.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이사는 “이원화(二元化)됐던 ‘동급차량’의 생산라인이 하나로 합쳐지면 비용절감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 기업분석부 김학주 자동차운송팀장은 “현대차의 내수 판매에서 30%를 차지하는 1500cc급의 고객 중 상당수가 배기량이 큰 차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며 “1·4분기(1∼3월) 1550만원이었던 현대차의 내수 평균 판매단가가 1620만원으로 오른다면 순이익이 약 4%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출용 1600cc배기량이 없는 GM대우나 르노삼성은 한동안 1500cc의 판매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대우자동차판매의 한 관계자는 “1600cc차량의 가격은 1500cc에 비해 80만∼100만원 정도 더 오를 것”이라며 “가격에 민감한 중소형차 소비자들이 1600cc를 선호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소세 인하가 불러온 명암=국내 자동차업계는 8월부터 판촉활동을 줄여 영업이익률도 소폭 향상될 전망이다.

LG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가 부담한 ‘뉴EF쏘나타’의 할인혜택은 차량가격의 2.5∼3.5%, 기아차가 부담한 스펙트라의 할인혜택은 4.6∼5.5%에 이른다. 이 증권사의 이동원 연구위원은 “판촉이 줄면서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7.9%에서 8.2%로, 기아차는 6.1%에서 6.5%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세금 인하 전 차량을 사두었던 중고차업체는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승용차를 팔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중고차 전문업체인 오토큐브는 “800만원 이상을 주고 산 EF쏘나타(2000년식 GVS)의 가격이 4월 920만원에서 최근엔 780만원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옵티마 매그너스 SM520 등의 중고차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주요 내수 수출 승용차 배기량 (단위:cc)
구분차종수출배기량(지역)국내
현대아반떼XD1600, 2000(유럽)1500, 2000
베르나1300, 1600(북미)1300, 1500
쏘나타2400, 2700(북미)1800, 2000, 2500
기아리오1600(북미)1300, 1500
스펙트라1600, 1800(유럽)1500, 1800
카니발3500(북미)2900(디젤)
자료:각 사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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