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고폭문건 유출 조사 논란]한나라 “원내 1당 대표를 감히…”

  • 입력 2003년 7월 14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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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감히, 원내 제1당 대표를 조사하겠다니….”

한나라당이 발끈했다. 국가정보원이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북한 핵 고폭실험 비밀보고서의 유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14일 감찰실장을 당사로 보내 최병렬(崔秉烈) 대표에 대한 조사를 시도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과거 안기부장이나 국정원장이 취임 인사차 정당 당사를 방문한 적은 있지만 보안업무 최고책임자인 감찰실장이 ‘사실상’ 야당 대표를 조사하기 위해 당사를 방문한 전례가 없었던 탓인지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한층 흥분된 표정이었다.

또 국정원측이 지난 주말 임태희(任太熙) 대표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최 대표를 만나러 가겠다”고 했으나 임 실장은 “굳이 올 필요 없다”고 방문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것.

국정원 감찰실장이 당사에 도착했을 당시 최 대표는 외부에서 종교계 원로를 만나는 중이었다. 두 사람의 면담이 불발에 그치자 감찰실장은 국회 의원회관에 있던 임 실장을 만나고 돌아갔다.

임 실장은 “문제가 된 보고서는 국정원이 정보위에 제출한 문건이 아니고 이를 가공한 보고서라는 최 대표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보위원인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여야 정보위원들은 논의 끝에 북한 핵 고폭실험 문제를 발표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었다”며 “더구나 최 대표가 언론을 통해 ‘직접 문건이 아니다’고 밝혔는데도 수사권도 없는 국정원측이 경위 파악을 구실로 사실상 야당 대표 조사에 나선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국정원은 최 대표가 11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국정원이 북한 핵 고폭실험에 대해 국회 정보위에 낸 보고서를 읽어보니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더라”고 말한 대목을 문제 삼았다. 국정원이 정보위에 제출한 보고서는 외부로 유출될 수 없는 기밀사항인 만큼 유출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정원의 조사 방침이 동아일보 보도로 전해진 14일 오전 최 대표는 기자에게 “북한이 고폭실험을 했다는 게 국가안보와 무슨 관련이 있으며 도대체 기밀이 되느냐”며 “당연히 국민들에겐 사실을 알렸어야 했던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국정원은 한나라당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섰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은 조사권을 갖고 있지 않아 최 대표가 국정원 보고 문건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경위를 파악하려 했던 것”이라며 “최 대표가 가공한 보고서를 봤다면 이와 관련된 의혹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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