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가 청와대 관계자들과 만나 “검찰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이 지경이 됐다”고 불만을 토로한 게 사실이라면 그는 청와대와 검찰을 싸잡아 모욕했다고 할 수 있다. “검찰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거듭된 약속이나 “수사사전에서 ‘떡값’이라는 용어를 없애겠다”는 송광수 검찰총장의 공언 모두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 대표가 청와대의 영향력 행사에 따른 정치적 해결을 기대하면서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나아가 여권인사들 상당수가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면 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 역시 결국은 검찰장악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민주당이 어제 정 대표에 대한 수사절차상의 예의를 문제 삼아 검찰총장의 국회출석을 추진키로 한 것도 일종의 정치적 시위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 대표에게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우리가 검찰을 통제하느냐”고 반박했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이 ‘피의자’와 만나서 그런 대화를 나눈 것 자체가 온당치 못했다. 더 따질 것도 없이 정 대표가 자신의 해명처럼 정말 떳떳하다면 밖에서 이런저런 말 할 것 없이 검찰에 나가서 얘기하면 되지 않는가.
정 대표 문제로 검찰이 현 정부 들어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지만 검찰로서는 이번 사건이 오히려 정치권의 외풍을 차단하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호기일 수 있다. 정치적 고려를 일절 배제하고 법집행엔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원칙에 충실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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