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BMW 760Li

  • 입력 2003년 7월 14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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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760Li는 ‘버거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승용차로 보기 힘든 거대한 몸체뿐 아니라 TV드라마 ‘전격 제트 작전’에 나왔던 ‘키트’를 연상시키는 테크놀로지란!

심호흡을 하면서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자 ‘휴∼’ 한숨부터 나왔다. 차 안 ‘풍경’이 너무 생소하다.

변속기는 스티어링 휠에 버튼식 레버로 달려 있어 실내 공간이 넓다. 기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엔 동그란 버튼(로터리식 다이얼이라고 부른다)이 있다. BMW가 자랑하는 iDrive(인공지능 드라이브의 약자로 내비게이션, 전화 걸기, 라디오나 TV 조작, 차량 점검상태 표시기능 등 운전과 관련된 각종 기능을 모아둔 것)를 조작하는 장치다. 조작법은 컴퓨터의 마우스와 같다. 수백 개의 기능이 있지만 몇 번만 써보면 금방 손에 익는다는 설명. 하지만 기계에 흥미가 없어서인지 아무래도 쉽지 않다.

인상 비평에 이은 성능 테스트.

리모컨처럼 생긴 키를 운전석 계기반 밑의 구멍에 꽂고 ‘출발(start)’ 버튼을 눌러 본다. ‘앗,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당황해 자꾸 버튼을 누르자 조수석의 엔지니어가 일러 준다.

“브레이크를 밟고 버튼을 눌러야만 시동이 걸려요.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장치죠.”

“….”

시동이 걸리자 액셀러레이터를 지그시 눌러 본다. 시속 20km, 50km, 100km, 160km….

수 초 만의 급속한 가속에도 녀석은 전혀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기어가 변속되는 느낌도 없이, 그야말로 배가 물 위를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갈 뿐이다. ‘평지니까 그렇겠지’라는 생각은 오르막길에서 무너졌다. V형 12기통 DOHC로 배기량 5972cc, 최고 출력 445bhp/6000rpm의 성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것.

변속기를 스포츠모드로 바꿔 본다는 것이 출발 버튼을 잘못 눌러 엔진이 꺼졌다.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지는 않는다. 조수석의 엔지니어가 얼른 출발 버튼을 다시 누르니 ‘운전(Drive) 모드’인데도 시동이 걸린다. 실수로 엔진이 꺼지더라도 쉽게 시동이 걸리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시동이 꺼졌다 켜진 뒤 달라진 점이 눈에 띄었다. 모니터에 그려진 차의 그림이 녹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뀐 것. 차에 이상(異常)이 생길 경우 초보자라도 쉽게 알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모니터 ‘iDrive’의 ‘온 보드 데이터’를 클릭하니 ‘엔진 이상’이라고 뜬다. 엔진이 운전자의 오작동으로 꺼졌었다는 의미다. 게으른 운전자를 위해 미션오일 점검, 냉각수 부족, 제동장치 이상 등 웬만한 ‘이상’은 다 경고해 준다.

자, 독자들은 이 정도의 차에 얼마를 지불할 의향이 있으신지?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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