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대니얼, 잉스터 꺾고 ‘LPGA 최고령 우승’

  • 입력 2003년 7월 14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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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년 만에 안아보는 트로피. 미국LPGA 최고령 우승의 감격적인 순간에도 베스 대니얼(47·미국)은 담담했다. 그만큼 그는 ‘거장’ 다웠다.

14일 캐나다 밴쿠버 포인트그레이CC(파72·6410야드)에서 벌어진 미국LPGA투어 캐나다여자오픈(총상금 130만달러) 최종 4라운드. 대니얼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2m거리의 짜릿한 버디퍼팅을 성공시키며 줄리 잉스터(43·미국)를 한 타차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95년 핑웰치스챔피언십 이후 8년 만의 우승이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우승할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린 적은 한 순간도 없었습니다. 이번 대회엔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평온했어요. 덕분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구요.”

이날 챔피언조로 출발한 대니얼과 잉스터의 대결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역전(대니얼)→재역전(잉스터)→재재역전(대니얼). 대니얼은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 전날 공동선두로 합류한 잉스터를 1타 앞서기 시작한 이후 줄곧 1,2타차로 리드했으나 12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버디를 낚은 잉스터에게 재역전 당했다. 그러나 대니얼은 17번홀 버디로 다시 동타를 만든 뒤 마지막 18번홀에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32승을 쌓으며 미국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오른 대니얼이었지만 지난 8년은 좌절의 연속. 마지막 우승이후 152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잇따라 우승문턱에서 주저앉으며 ‘톱10’만 32차례. 지난해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선 박세리보다 4타나 앞선 채 출발하고도 3타차 역전패의 쓴 잔을 마시기도 했다.

대니얼이 역대 미국LPGA투어 최고령 우승자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준우승에 그친 잉스터는 대니얼을 이렇게 평가한다.

“대니얼의 골프에 대한 열정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대니얼은 그 어느 선수보다 열심히 연습합니다. 요즘 젊은 선수들 경기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열정’만큼은 대니얼이 그들을 압도하고도 남을 꺼예요”.

대니얼은 한국여자골프의 선구자 구옥희(47)와 닮은 점이 많다. 1956년생 동갑인데다 프로골퍼로 입문한 해도 1978년으로 똑같다. 여기에 ‘골프가 너무 좋아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점까지 닮았다.

대니얼과 구옥희에게 나이는 숫자일 뿐. 일본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구옥희도 5월 버날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여전히 톱랭커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편 역전우승을 노렸던 박지은(나이키골프)은 전반에만 5타를 줄이며 맹추격을 벌였지만 공동3위(9언더파 279타)에 그쳤고 박세리(CJ)는 단독5위(7언더파 281타), 장정은 단독6위(6언더파 282타)로 ‘톱10’진입에 만족해야 했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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