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고교야구도 나무방망이 쓰자”

  • 입력 2003년 7월 14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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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 신일고에 조현이란 ‘괴물’이 있었다. 얼마나 무지막지한 거포였던지. 2학년 때인 93년에 이미 황금사자기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혔던 그는 고교 3년간 친 홈런이 안타 수보다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상대 팀은 만루 상황에서 그와 부닥치면 1점을 거저 주는 한이 있더라도 고의 볼넷으로 거르곤 했다.

이런 그가 95년 고교 졸업과 함께 LG에 입단하자 팬들의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이겐 웬일. 그는 데뷔 첫해 104경기에나 나갔음에도 9홈런에 머물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듬해에는 주전자리조차 뺏긴 채 해태로 트레이드됐고 대타로나 간간이 출장했던 그는 98년 겨울 4년의 짧은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이젠 골프 레슨코치로 새 인생을 살고 있는 그가 프로에서 실패한 결정적인 원인은 나무 방망이 적응 실패. 고교 시절 알루미늄을 썼던 그는 천하에 무서울 것이 없었다.

인코너, 아웃코너 가릴 것 없이 방망이에 스치기만 하면 펜스를 넘길 수 있었으니 말이다. 타격 타이밍을 놓친 변화구도 힘으로 밀어붙이면 됐다.

90년대 말부터 불기 시작한 고교야구의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과 이에 따른 투수진의 몰락도 알루미늄 방망이에서 파생된 결과다.

이달 초 황금사자기대회에서도 완봉 승부는 총 23경기 중 딱 한번 나왔다. 반면 한 팀이 10점 이상을 뽑은 핸드볼 스코어는 8경기나 됐다. 갈수록 타자들의 체격과 타격기술은 향상되는 반면 투수들은 설 땅을 찾기 힘들다. 최근 들어 초 고교급 투수의 맥이 끊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일선 지도자들은 이제 고교야구도 나무 방망이를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후승 인천고 감독은 “타자의 타격 기술 향상과 투수 보호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고 오히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칠 수 있어 팬 확보에도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또 잘 부러지지 않는 나무 제품이 많이 나와 한 대회를 치르면 바꿔야 하는 50만원짜리 알루미늄 방망이보다 나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걸림돌이 있다면 세계 연맹이 여전히 알루미늄 방망이를 허용하고 있어 나무로 바꿀 경우 국제대회 때 역으로 알루미늄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

그러나 나무 방망이 사용으로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향상되면 이 또한 큰 문제는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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