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재건축… 투자자 울상

  • 입력 2003년 7월 14일 17시 32분


코멘트
한때 부동산 투자자 사이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불렸던 재건축 아파트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재건축 사업 경과규정을 놓고 애매한 태도를 보였던 건설교통부는 새로 만들어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이달부터 시행되면서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관심을 모아온 시공회사의 시공권 인정 여부에 대해 ‘6월 말까지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했으면 시공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사업지연으로 인한 투자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시공사 선정과 같은 ‘일회성 호재’만으로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했던 사람은 적잖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합인가 나지 않은 시공권 무효=재건축 경과규정을 둘러싼 혼란은 새 법 시행 이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온 사업장의 사업 절차를 어디까지 인정해주느냐는 것.

기존 법에 따르면 재건축은 ‘조합추진위원회→안전진단→조합설립→시공사 선정→사업계획 승인’의 절차를 밟아야 했다. 하지만 신법(新法)에서는 시공사 선정 단계가 사업계획 승인 이후로 늦춰졌고 각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문제는 조합설립 인가를 받기 전에 시공사를 선정한 사업장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각 건설사는 도시 및 주거환경법 시행을 앞두고 6월 말까지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수주경쟁에 열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들은 법적 건축기준을 넘는 무리한 용적률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건교부가 2002년 8월 9일부터 올 6월 말까지 조합원 동의를 거쳐 선정된 시공사라도 조합 인가를 받지 못했으면 시공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힘으로써 건설업체가 그동안 쏟아 부은 노력은 허사가 됐다.

그러나 시공사 선정이나 시공사의 무리한 수주 조건을 그대로 믿고 투자한 사람들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조합 인가를 받지 못한 사업장은 추진위부터 다시 구성해야 하는 것은 물론 모든 절차가 7월부터 강화된 기준을 따르므로 사업지연이 불가피하기 때문.

실제로 LG건설이 지난달 23일 수주한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는 조합 인가는커녕 안전진단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시공사 선정을 호재로 6월 초부터 현재까지 평형별로 2000만∼7000만원 상승했다.

또 D건설이 지난달 수주한 서초구 반포동 한신15차는 시공사 선정 이후 최고 1억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결국 시공사 선정만을 믿고 투자한 사람은 예상보다 4∼5년 이상 돈이 묶일 수밖에 없다.

▽추진단계 꼼꼼히 살펴야=재건축 아파트 투자자라면 안전진단 통과와 사업승인 신청 여부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6월 말까지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했으면 각 지자체의 재건축 허용연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 80년 이후 완공된 아파트라면 ‘22+(완공연도―1980)×2’년이 지나야 재건축이 가능하다. 한남하이츠의 경우 1983년에 완공됐기 때문에 ‘28년’ 즉 2011년이 돼야 재건축을 할 수 있다. 또 새 법에 따라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사업승인 신청여부는 재건축 아파트의 일반분양 시점과 관련이 있다. 만약 6월 말까지 사업승인을 신청하지 않은 단지라면 후분양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80% 공정이 진행된 후에야 일반 분양이 가능하다.

부동산시세정보 제공업체 닥터아파트 최현아 팀장은 “재건축 연한 규정이 강화되면서 재건축을 포기하는 단지가 속출할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은 사업 추진단계를 면밀히 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5, 6월에 시공사 선정한 서울지역 재건축아파트
건설사아파트완공연도재건축가능연도재건축추진단계
삼성건설송파구 송파동 반도아파트1983년2011년 이후시공사만 선정
LG건설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1983년안전진단신청 중
삼성/LG건설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1971년즉시 가능시공사만 선정
대우건설서초구 반포동 한신15차1982년2008년 이후안전진단통과
포스코/두산건설강동구 고덕동 주공6단지1984년2014년 이후안전진단통과 못함
대림산업강동구 고덕동 주공7단지1984년
대림산업강남구 도곡동 개포한신1985년2017년 이후시공사만 선정
자료:닥터아파트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