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포석 人事의 세계]제1부 김국길 KK 컨설팅 사장<上>

  • 입력 2003년 7월 13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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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길 KK컨설팅 사장(오른쪽)이 2001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의 파티에서 고객사인 코닥 코리아와 OB맥주의 외국인 경영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가운데가 존 베이 당시 코닥 코리아 사장, 왼쪽은 앤드루 브레넌 당시 OB맥주 부사장. -사진제공 김국길 KK컨설팅 사장
김국길 KK컨설팅 사장(오른쪽)이 2001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의 파티에서 고객사인 코닥 코리아와 OB맥주의 외국인 경영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가운데가 존 베이 당시 코닥 코리아 사장, 왼쪽은 앤드루 브레넌 당시 OB맥주 부사장. -사진제공 김국길 KK컨설팅 사장
《최고경영자(CEO)를 발탁하는 헤드헌터의 인재감별 기준은 어떨까. 국내 헤드헌터 1세대로 꼽히며 헤드헌터협회 초대 회장을 지낸 김국길(金國吉·60) KK컨설팅 사장. 그는 90년부터 헤드헌터로 활약하면서 지금까지 CEO만 170여명을 발탁해 국내외 유수의 기업과 연결해 줬다. 임원급까지 포함할 경우는 스카우트 성공 사례는 1500여건에 이른다. “훌륭한 CEO의 자질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럿입니다. 요즘 상황에서 제게 묻는다면 단연 가치관을 꼽겠습니다.” 치열한 경쟁과 냉정한 시장 법칙이 적용되는 디지털 시대임을 감안할 때 의외의 답변이다.》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CEO 상에는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가 중요합니다. 한국 기업이 가장 취약한 글로벌 스탠더드가 바로 투명성, 정직, 일관성 같은 윤리적 기준입니다.”

김 사장의 고객사 중 상당수는 이런 CEO의 윤리성 고민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인 A사는 최근 한국인 CEO를 전격적으로 갈아 치우며 후임자의 최우선 항목으로 윤리성을 요구했다. 전 CEO가 한국적 관행에 따라 관련 업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견 그룹인 B사의 경우는 윤리 위기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B사의 사주는 전문경영인을 후계자로 삼는다는 방침 아래 김 사장의 추천을 받은 인물을 CEO로 영입했다. 그는 헤드헌터들이 탐낼 모든 자질을 갖춘 인사였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몇 년이 넘도록 경영 전권을 인수받지 못했다. B사의 사주가 김 사장에게 털어놓은 이유는 경영 전권을 넘겨줄 경우 자신의 과거 윤리적 문제들이 노출되는데 그가 과연 이를 보호해 줄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거였다.

“한국기업은 지금 은폐가 가능한 오프라인 시대에서 모든 것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온라인 시대로의 전환에 따른 과도기적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SK글로벌 사태나 삼일회계법인의 잇따른 부실 감리 의혹 등이 대표적 예입니다. 그런 문제들을 뚫고 가기 위해서는 CEO 자신이 고도의 윤리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올바른 가치관은 성공적인 CEO가 되기에 필요한 많은 자질 중의 하나일 것이다.

김 사장이 제시하는 CEO 채용 평가표에 따르면 가장 비중이 높은 항목이 검증된 실적(40%)이다. 이는 영업실적, 조직관리능력, 위기관리능력 등 과거의 경험과 경력을 말한다. 그 다음은 전문지식(20%)이다. 해당 산업에 대해 얼마나 깊은 지식을 지녔고 얼마나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다. 다음은 일반자질(20%)로 결단력 지도력 추진력 등의 인품과 건강, 윤리성, 외국어 및 컴퓨터 활용 능력 등이다. 국제 감각, 창의성, 시기 포착 능력, 브랜드 관리 능력 등은 디지털 시대에 맞는 능력(15%)으로 분류된다. 마지막으로 조직문화와의 조화 가능성(5%)이다. 이 평가표에 따르면 윤리성은 일반자질의 한 요소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관이 강조되는 또 다른 이유는 헤드헌터들이 그 인물을 검증하는 방법으로 반드시 일종의 다면평가(reference check)를 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의 경우는 반드시 해당 인사의 상사 고객 동료 부하들의 의견을 청취해 이를 서면보고서로 제출한다. 이 과정에서 독재형 CEO는 떨어져 나가게 된다.

정보통신업체 CEO 최종 후보에 올랐던 C씨는 서류상으로는 과거 실적이나 전문지식, 외국어 구사력, 인품 등이 모두 출중한 전문경영인이었다. 그러나 다면평가를 하면서 감춰진 진실이 드러났다. 그가 재직했던 회사에서 그의 독재적 성격 때문에 핵심 인력이 대거 이탈했던 것이다.

“독재형 CEO는 단기적 성과는 좋을지언정 회사를 황폐화시키고 껍데기만 남겨 놓는다는 점에서 조직에는 일종의 독과 같습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김국길 사장은…▼

1943년생. 1968년 육군사관학교 졸업.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사무국장,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 한국사무소 부소장, 미국 GE정보통신회사(GEISCO) 한국사장 등을 역임했다. 1990년 이마 인터내셔널 수석 부사장으로 헤드헌터 활동을 시작해 1997년부터 KK컨설팅(세계적 헤드헌팅 업체인 코너스톤 인터내셔널 그룹 회원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한국헤드헌팅협회 초대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이화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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