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남북 장관급회담 성과]핵위기속 南北교류는 대폭 늘듯

  • 입력 2003년 7월 1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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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정세현 통일부 장관(왼쪽)이 남북장관급회담을 마치고 평양으로 귀환하는 김영성 북측 단장을 승용차까지 안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일 정세현 통일부 장관(왼쪽)이 남북장관급회담을 마치고 평양으로 귀환하는 김영성 북측 단장을 승용차까지 안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막판 철야협상’을 벌인 끝에 6개항에 합의하고 막을 내린 11차 남북장관급회담(9∼12일)의 성과는 북측이 핵문제 해결을 위해 확대 다자회담에도 참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과 비(非)군사 분야의 교류 협력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6개 합의안의 핵심은 “핵 문제를 적절한 대화의 방법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제1항. 보기에 따라서는 정부가 주장한 남북한 미국 일본 중국이 참여하는 확대 다자회담과 북한이 주장하는 ‘북미 쌍무회담’으로 각기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12일 합의문 교환 직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통일부 신언상(申彦祥) 통일정책실장은 답변을 통해 “확대 다자회담의 수용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1항 내용을 적극 해석했다. 그는 “3박4일간 회담 기간 내내 다자회담에 조속히 참여하는 것이 북측에 유리하고, (중국 등) 참가국이 (북한의 목소리를 대변할)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결과였다”고 덧붙였다.

회담에 참석한 다른 당국자는 “북한이 이번 협상을 마치면서 다자회담이 현실적인 해법임을 알게 됐더라도, 다자회담이란 표현을 사용하기가 어렵지 않았겠느냐”고 회담 분위기를 전달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과 북측 김영성 내각 책임참사가 11일 0시를 넘겨가며 3시간가량 진행한 별도 회동에서도 감지됐다. 당시 정 장관은 ‘북측이 버티기 어려운 상황’을 길게 설명했고, 김 책임참사가 이를 이례적으로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회담 직후 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설이 나온 것처럼 돌발변수가 많아 앞으로 북한이 회담에 참여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예단할 수 없다.

이산가족상봉, 8·15행사, 문화예술 공연 등 정부 및 민간 차원 남북교류가 8월 이후 집중적으로 열리게 된 것도 눈에 띄는 회담의 결과다. 미국 일본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움직임과는 무관하게 8월 이후 각종 행사 및 회담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핵 위기 속 교류 급증’ 현상이 예상된다.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회담 기간 사회문화교류사업에 적극성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남측이 ‘민족 공조’를 공개적으로 강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측은 각종 행사 개최를 통해 한반도의 교류 협력 상태를 상징적으로 바깥 세계에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이번에 합의한 금강산 상설면회소 설치 재협의, 남북 사회문화협력분과회의 구성 문제는 기존에 원칙적인 합의를 본 사안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교류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한 흔적을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이후 남북 교류협력사업 및 회담 계획
날짜행사명 및 개최장소남북 당국간 논의 내용
8.158·15 남북 민족공동행사(장소 미정)민간단체 주관. 정부 지원키로 11차 장관급회담에서 합의
8.21∼31대구 하계 U대회북한 선수 및 응원단 529명 참가. 공연단은 경주 엑스포에도 참가 추진
8.26∼296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서울)경의선 동해선 연결, 개성공단 조성, 금강산 육로관광 추진 등 3대 경협사업 논의
8월 중‘유경 정주영 체육관’ 준공식(평양)남측, 농구선구 등 민간인 1000명 군사분계선 통해 방북 추진. 유엔사 허가 필요
추석 전후8차 이산가족상봉행사(금강산)금강산에 상설 면회소 짓기 위한 논의에도 합의, 면회소 규모는 북측은 대규모, 남측은 소규모 희망
9.24∼28통일민족평화체육축전(제주도)남녀 축구 탁구 마라톤 실시.1920년대 대중가요 통일 주제 노래 공연
9월 중남측 문화예술인 방북공연날짜 미정. 한 차례 공연 계획
10.14∼1712차 남북장관급회담(평양)북한 핵 해결 및 남북교류 전반 논의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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