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광화문에서]박영균/한국외교, 北-美사이의 줄타기
더보기

[광화문에서]박영균/한국외교, 北-美사이의 줄타기

입력 2003-07-13 18:34수정 2009-10-10 15:01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하와이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이 구체화되는 곳이다. 워싱턴에서 수립된 정책이 실행되기 앞서 한 번 더 다듬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주한미군을 비롯한 동아시아지역과 태평양 미군을 총괄하는 미 태평양사령부가 하와이에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와이에는 아시아 전문가, 특히 한반도 전문가들도 많은 편이다. 이미 1960년대에 미 의회의 지원으로 동서연구소가 설립되었고 이 밖에도 관변연구소나 민간연구소가 많다. 워싱턴이 본부라면 하와이는 아시아지역 본부인 셈이다.

며칠 전 일본을 방문했던 하와이 주지사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린다 링글 주지사는 “북한 등 테러리스트의 위협에 대비해 항공모함과 C-17 수송기를 포함한 타격여단의 하와이 전진배치가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므로 이를 수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미동맹 50주년을 맞아 이곳에서 열린 한미관계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하와이 항모 배치를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하와이에 항공모함이 배치된다면 이는 실로 오랜만이다. 1941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미국은 수십 척의 군함과 2400여명의 미군을 잃었다.

특히 당시 침몰된 전함 애리조나호에 타고 있던 미군 1177명이 몰사했다. 아직도 900여구의 유해가 진주만 바다 속에 잠들어 있다.

미국은 애리조나호 침몰 현장에 기념관을 세웠고 미국 전역에서 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1년 9·11테러 이후에는 추모 행렬이 ‘반(反)테러 의지’로 이어지고 있다. 추모 행렬이 길어지는 만큼이나 반테러 분위기는 고조되어 가고 있다.

테러집단에 핵이나 미사일과 같은 대량살상무기(WMD)나 생화학무기 등을 퍼뜨릴 수 있는 국가들은 감시와 봉쇄의 대상이다. 이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악의 축’ 국가로 지목한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에 대비한 항공모함을 하와이에 두겠다는 데서 이러한 미국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심지어 진주만을 공격했던 일본조차도 북한을 감시하기 위해 인도양 쪽에 파견됐던 군함을 동해로 재배치하겠다고 나서는 판이다.

62년 전 일본은 진주만을 공격한 ‘테러국가’였다. 그러나 일본 폭격기에 대한 미국인의 분노는 지금 북한으로 대상을 바꾸고 있는 듯하다.

물론 북한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쟁 불사”를 외치는 북한이 더 위협적인 존재로 비쳐진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런 북한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북한은 지금 시간벌기 작전을 벌이고 있으며 94년의 핵 위기 때처럼 위기를 넘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내년이나 아니면 그 4년 후까지 미국 행정부가 바뀔 때까지 기다린다는 기본 전략은 예전과 마찬가지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부분적인 성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협조가 결정적이었다는 견해가 적어도 하와이에선 지배적이다. 햇볕정책이 바로 그런 역할을 했고, 그로 인해 한미관계에 틈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 정부는 그동안 ‘의심’을 받아왔는지도 모른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미국 방문으로 그 의심은 다소 풀리고 한미관계의 벌어진 틈은 겨우 봉합된 상태다. 햇볕정책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북한 쪽에 더 가까웠다면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다소 미국 쪽으로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이 무게중심을 더 이동해야 한다는 게 미국 내 분위기이다.

한국은 지금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방황하는 듯하다. 외환위기 때 한국 경제를 중국과 일본이라는 ‘호두까기 인형(Nutcracker)’에 끼인 존재에 비유한 컨설팅 회사가 있었다. 외교 안보면에서 보면 한국은 현재 미국과 북한 사이에 끼인 ‘호두 신세’가 되어가는 듯하다.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면 앞으로 2, 3년 후인 2005년이나 2006년에 더 어려운 안보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박영균 국제부장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