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고학, 아프리카로…한양대 배기동교수 탄자니아行

  • 입력 2003년 7월 13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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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동 교수가 구석기 인류의 모형 앞에서 구석기 유적과 유물에 대해 설명하며 아프리카 발굴의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강병기기자
배기동 교수가 구석기 인류의 모형 앞에서 구석기 유적과 유물에 대해 설명하며 아프리카 발굴의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강병기기자
“탄자니아 국립박물관에 전시된 유물 중에는 일본어로 된 딱지가 붙어있는 것이 많습니다. 이미 1960년대 일본인들이 발굴한 유물들이지요. 이에 비하면 한국은 늦어도 한참 늦은 셈입니다.”

한양대 박물관팀이 국내 고고학계에서는 처음으로 ‘인류의 고향’ 아프리카 발굴 조사에 나선다.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8월 초부터 1개월가량 탄자니아의 이시밀라 유적을 발굴하는 작업에 참여하는 것. 발굴단은 배기동 한양대 박물관장(51·문화인류학)과 3명의 박물관 연구원으로 구성됐다. 배 교수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 고고학계의 아프리카 진출이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이를 계기로 앞으로 아프리카 지역 유적 발굴 조사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고학에서 아프리카는 인류의 고향으로 여겨진다. 150만년 전 ‘원인(猿人)’ 뼈가 아프리카에서 발견됐으며 구석기 유물과 유적들도 자주 발견됐기 때문이다.

배 교수가 발굴할 이시밀라 지역에서도 아슐리안(Acheulean) 계열의 구석기 주먹도끼가 많이 나왔다. ‘아슐리안’이란 명칭은 프랑스의 생아슐(Saint Acheul) 지방에서 처음 발견된 도끼를 따라 붙인 것.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동아시아에서는 최초로 1978년 경기 연천군 전곡리에서 발견돼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시밀라 유적은 1950, 60년대 활발한 조사가 이뤄졌지만 인골이 나오지 않아 이후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유적지는 20년 이상 전곡리 구석기 유적을 조사하고 있는 배 교수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 지역이다.

“이시밀라 유적의 연대는 대략 20만년에서 50만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곡리 유적은 35만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연대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지요. 때문에 이번 발굴은 아프리카 주먹도끼와 전곡리 주먹도끼를 비교해 연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배 교수는 전곡리 유적도 세계적인 관점에서 접근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굴은 탄자니아 팀과 공동으로 진행된다. 다르에스살람대의 피델 마사오 교수팀이 함께 참여한다. 다르에스살람대는 배 교수가 98년 교환교수로 6개월가량 재직했던 대학이며 마사오 교수는 한양대에서 연구하기도 했다. 배 교수는 “현지 교수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덕에 이번 발굴 조사가 어렵지 않게 성사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동아프리카에는 탄자니아 말고도 고고학적으로 발굴할 만한 곳이 무궁무진합니다. 구석기를 연구하는 학자라면 당연히 가봐야 할 곳입니다. 운이 좋으면 인골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구석기 유적 유물은 많습니다.”

배 교수는 “탄자니아가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고 풍토병이 있어 다소 걱정이 되기는 한다”면서도 “이번 발굴이 한국과 탄자니아 학술교류의 물꼬를 트는 기회인 만큼 발굴 조사뿐 아니라 탄자니아 전통 사회와 민속에 관한 자료를 구하는 데도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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