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0억 모금’에서 돼지저금통 빼면

  • 입력 2003년 7월 11일 2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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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작년 대선 때 기업체 등으로부터 200억원을 모금했다고 밝혔다가 곧 번복했으나 의혹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정 대표가 정정하고 이상수 사무총장이 해명한 대로 돼지저금통 성금액 70억원을 포함해 실제 모금액은 140억원에서 150억원쯤 되고 50억원은 당 소속 의원에게서 빌린 돈이라고 해도 미심쩍은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선 돼지저금통 성금액을 제외한 70억∼80억원의 모금명세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대선자금 조성 및 처리 과정이나 돈을 낸 사람 및 액수 등이 모두 안개 속이다. 다만 수감 중인 굿모닝시티 윤창열 대표에게서 받은 돈 중 2억원을 포함해 10억원 정도를 정 대표가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어쨌든 대선자금 상당부분을 지지자들의 자발적인 돼지저금통 성금으로 모았다고 홍보해 온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은 그 이외의 수단으로 더 많은 대선자금을 모은 사실이 드러난 것만으로도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노 대통령과 민주당은 당장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미확인 모금액 중에 조금이라도 불투명하거나 떳떳하지 못한 자금이 들어있다면 더욱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고 하는 입증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대선자금 모금명세서를 공개하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필요할 경우엔 사정기관이 나서 모금의 적법성을 따져봐야 한다.

대선기간 중 민주당에 국고보조금을 포함해 총 390억원이 들어왔고 대선 후 40억원이 남았다면 대선비용으로 350억원을 썼다는 얘기가 되는데 선관위에 신고한 액수는 274억여원에 불과한 것도 의문이다. 만약 축소신고를 했다면 민주당은 이중의 불법을 저지른 셈이 될 것이다. 이 대목은 선관위가 철저한 실사로 규명해야 한다.

이제 민주당은 대선자금 문제를 명확히 매듭짓지 않고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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