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게이트' 대선자금으로 비화]민주당, 검찰에 화풀이

  • 입력 2003년 7월 11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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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대철 대표는 11일 의원총회에서 쇼핑몰 굿모닝시티 윤창열 대표(구속)로부터 4억2000만원을 받았고, 그중 2억원을 영수증 처리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불법적인 정치자금 수수를 했음을 시인한 셈이다.

정 대표는 이틀 전인 9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당과 개인 후원금으로 2억1000만원을 받았는데 마치 부정한 돈을 받은 것처럼 비쳐 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었다. 따라서 정 대표의 이날 발언은 자신이 앞서 거짓말을 했음을 시인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의총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불법’과 ‘거짓말’에 대한 자성보다는 불법을 밝혀낸 검찰 수사에 대한 성토에 열을 올렸다. “검찰이 집권여당 대표를 이런 식으로 다뤄도 되느냐”는 논리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임채정(林采正) 의원은 “검찰이 본분을 떠나 정치 검찰화되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고, 검사 출신인 박주선(朴柱宣) 의원은 “검찰이 소영웅주의적 공명심에 사로잡힌 듯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대표의 잘못이 아니라 현실과 맞지 않은 ‘정치제도 탓’이란 발언도 쏟아졌다.

주류 신당파의 핵심인 이재정(李在禎) 의원은 “정 대표는 정치제도의 희생양이다. 지도자급 정치인이 초선 의원과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도 “정치자금법이 문제다. 입출금은 투명하게 하되 모금 한도액은 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그동안 제 역할을 못해 네 차례나 특검이 도입되는 ‘망신’을 당했고, 현행 정치자금 제도가 정치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당의 ‘검찰 탓’ ‘제도 탓’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날 의총에서 드러난 ‘잘되면 내 탓, 안 되면 남의 탓’ 식의 태도에 대해서는 당내 일각에서조차 “국민의 눈은 무시한 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선택(金善擇·법학) 고려대 교수는 “여당의 검찰 비판은 국가보다 정파의 이익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정진민(鄭鎭民·정치외교학) 명지대 교수는 “정치 현실에 맞게 제도를 바꾸는 것은 정치권이 할 일인데도 정작 여당이 아무 일도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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