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평화의 미래'…마음의 전쟁을 끝내기 더 어렵다

  • 입력 2003년 7월 11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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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아웅산 수지
▼달라이 라마 ▼아웅산 수지

◇평화의 미래/스코트 헌트 지음 김문호 옮김/560쪽 2만8000원 아름다운사람들

평화란 무엇인가? 평화를 얻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하버드대에서 정치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이 물음들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세계의 평화실천가들을 찾아 나섰다.

인터뷰 대상에는 미얀마의 재야 지도자 아웅산 수지, 코스타리카의 전직 대통령인 ‘평화의 대사’ 오스카르 아리아스와 같은 정치세계의 지도자들과 달라이 라마, 2000년 노벨 평화상 유력 후보로 거론된 베트남의 틱캉도 스님 등 ‘영적 세계’의 지도자들이 망라됐다.

아웅산 수지, 달라이 라마 등 현실정치계와 정신세계의 지도자들은 ‘평화란 인간 내면의 태도이며 성숙한 인성의 표현’이라고 강조한다. 대표적 분쟁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 지역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흰 비둘기와 중무장한 이스라엘 병사가 카메라 렌즈에 함께 잡혔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평화는 내면적인 고요함과 평온함이다.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어 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마음의 평온함을 의미한다.” 수지 여사의 말은 위협적인 상황에서 그의 얼굴에 흐르는 불가사의한 침착함을 설명해준다.

달라이 라마는 ‘평화는 내면적인 성취’라고 말한다. “평화란 자비, 즉 염려하고 돌본다는 의식을 표현하는 것이다. 어떤 고통을 보면서 관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비폭력이 아니다. 반면 누군가를 돌보기 위해 심한 말을 한다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폭력적이라고 할 수 없다.”

코스타리카가 군사력 전면 폐기라는 결정을 내리는 데 뒷받침이 된 아리아스 전 대통령도 앞의 두 지도자와 같이 평화란 일종의 ‘태도’라고 설명한다. “그것은 많은 땅에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수많은 결정의 결과다. 평화란 문제들을 풀어가고 갈등들을 해소해가는 방식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철저하게 나뉘어 있는 세계에서는 진정한 평화라든가 인간의 안정을 달성할 수 없다.”

‘캄보디아의 간디’로 불리는 마하 고사난다는 “마음의 전쟁이 총으로 하는 전쟁보다 끝내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법”이라고 충고한다. “평화를 실천하는 일은 매일 이루어져야 한다. 걷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걸음을 잊으면 넘어지게 된다.”

마지막 장은 평화운동가의 인명록에 올려놓기에 다소 특이한 인물이 차지한다. ‘침팬지 연구가’로 널리 알려진 제인 구달. 그는 인간 정신 속에 잠재된 공격성을 논한다. “인간들은 공격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등하게 인간이 그런 공격성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도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 인간의 진화는 육체적인 것에서 문화 도덕, 정신적인 진화로 진행되어 간다.”

이 책이 가진 큰 장점 중 하나는, 각각의 인물을 인터뷰하기 전 그 인물의 배경을 이루는 분쟁의 역사와 성격을 제한된 분량 안에서는 매우 충실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운동가들’ 장에서는 시오니즘의 출발부터 오늘날의 상황까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이 문제에 관한 한 추천할 만한 입문용 약사(略史)로 손색이 없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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