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재/방송이 '국민의 힘' 키우나

  • 입력 2003년 7월 11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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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밤 KBS 2TV ‘100인 토론-어떻게 생각하십니까’는 ‘국민의 힘’이 주도하고 있는 ‘국회의원 바로 알기 운동’을 다뤘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 주축이 된 네티즌 모임인 ‘국민의 힘’이 국회의원들에게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질문서를 보낸 이 운동의 적절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패널리스트로 나온 이 단체의 이상호 정치개혁위원장은 토론 도중 “제가 자리를 뜨면 방송사곱니다”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에 대해 ‘상의를 벗어젖히고 삿대질과 수준 이하의 언변으로 토론회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는 등 패널리스트의 질 낮은 토론 자세를 비난하는 시청자들의 글이 게시판에 이어졌다.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가장 재미있는 것 아니냐”며 “‘유승준 입국 허용 논란’ 이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국민의 힘’ 지도부는 3일 MBC ‘100분 토론’에, 사흘 뒤인 6일에는 KBS ‘100인 토론’에 연이어 등장했다.

그런데 KBS는 13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똑같은 주제를 한 번 더 다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출자 최석순 PD는 “이 위원장이 막무가내여서 ‘정치적 중립성 여부’만 토론했을 뿐 ‘낙선운동 여부’ ‘바람직한 유권자 운동의 방향’을 논의하지 못했다”고 재토론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국민의 힘’측 패널리스트로는 6일 나왔던 이 위원장에 더해 ‘노사모’ 출신의 배우 명계남씨가 출연한다. 상대 패널리스트로는 ‘국민의 힘’의 질문서를 받은 국회의원과 2000년 총선에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으로 떨어진 원외지구당 위원장이 한 명씩 나올 예정이나 확정되지 않았다.

‘국민의 힘’이 KBS의 간판 토론프로그램에 2주 연속 등장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토론을 빙자해 알려지지 않았던 이 단체를 띄워주고 그들이 벌이는 운동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보 계열의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마저도 “‘KBS의 힘’으로 ‘국민의 힘’을 키우는가”라고 비난했다.

ID가 ‘미키루크’인 이 위원장은 6일 토론을 끝내고 ‘국민의 힘’ 게시판에 남긴 글에서 “무조건 달리자, 완전 무시조로 달리자라고 마음먹고 ‘미친루크’ 컨셉트로 사회자고 패널리스트고 말 막지 못하게 하고 달렸다”며 “‘그분(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하는 원칙과 상식이 강물처럼 흐르는 아름다운 세상을 내 두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소박한 소망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 뭣이 잘못됐단 말인가?’라는 말을 토론에서 하지 못해 아쉬움이 너무 많다”고 밝혔다.

그가 13일 KBS의 똑같은 프로그램에 또다시 등장하는 것은 어떤 ‘원칙과 상식’에서일까.

이승재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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