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충남 교육계 "바람 잘 날 없네"

  • 입력 2003년 7월 10일 2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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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교육계가 올 들어 바람 잘 날이 없다.

연초부터 터진 대형사건들이 공교롭게 충남지역에 몰린 탓이다. 우발적인 사고도 있지만 그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와 갈등, 내부적으로 곪아온 비리가 대부분을 차지해 충남교육계의 ‘위기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교육계 원로들은 “유독 충남에서 수치스러운 일들이 집중적으로 벌어져 얼굴을 들 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학교를 믿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가서는 안된다”며 “교육계 모두가 크게 각성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첫 사건은 3월 26일 천안시 성황동 천안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축구부 합숙소 화재 참사. 이날 불로 ‘월드컵 태극전사’를 갈망하던 이 학교 2∼6학년 축구 꿈나무 9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축구부 학생 유족들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인 4월 4일, 예산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58)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기간제 여교사의 차 시중 논란이 발단이 된 자살 사건은 그 원인을 둘러싼 전교조와 교장단의 책임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이 사건이 즉각 첨예한 대립으로 발전한 것은 교육계에 내재돼온 뿌리 깊은 갈등과 불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0일 후인 4월 14일 천안시 입장면 상장리 S유리 앞길에서 봉고승합차가 레미톤 트럭과 충돌, 태권도학원에 다녀오던 입장초등학교 학생 3명과 운전자 등 4명이 숨지고 7명이 크게 다쳤다.

축구부 화재 참사 학생들과 교통사고 사망 학생들, 그리고 서승목 교장의 장례식은 모두 좀처럼 전례가 드문 ‘학교장(學校葬)’으로 치러졌다.

강복환(姜福煥) 충남교육감은 그 때마다 눈물의 추도사를 낭독, ‘추도사 교육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번에는 강 교육감이 연루된 사건까지 터졌다.

2000년 7월 교육감 결선 투표를 앞두고 1차 투표에서 탈락한 이병학(47·구속) 충남도 교육위원에게 인사권을 위임한다는 ‘각서’를 써주고 자신의 지지를 부탁했다는 사실이 이 위원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것.

강 교육감은 이 각서에서 인사권은 물론 재정권도 협의하고 이 위원의 차기 교육감 출마지지까지 약속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빚고 있다.

교육계 한 인사는 “이러다가는 충남교육계가 ‘사고지역’이라는 말을 듣게 될까 걱정된다”며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점검하는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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