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TV ‘신문비판’ 카더라式 제작

  • 입력 2003년 7월 10일 19시 10분


코멘트
새로운 사실 확인 없이 ‘카더라’ 수준의 증언으로 예전의 신문 비판을 반복한 MBC ‘PD수첩-한국 신문, 권력 위의 권력’. -사진제공 MBC
새로운 사실 확인 없이 ‘카더라’ 수준의 증언으로 예전의 신문 비판을 반복한 MBC ‘PD수첩-한국 신문, 권력 위의 권력’. -사진제공 MBC
지상파 방송사들이 신문을 겨냥한 비판을 강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공중파 방송이 신문을 공격하는 상설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한다.

기존 매체 비평 프로그램인 MBC ‘미디어 비평’에 이어 최근 신설된 KBS ‘미디어 포커스’가 5일 밤 신문고시 등을 다뤘으며 MBC ‘PD수첩’도 8일 밤 ‘한국신문, 권력 위의 권력’을 방영했다.

특히 ‘PD수첩’의 ‘한국신문…’은 ‘새로운 뉴스도 없고 시의성도 없었다’는 내부 지적을 받아 KBS와 MBC가 정권을 의식해 신문 비판의 선명성 경쟁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낳고 있다.

MBC PD수첩 ‘한국신문…’에서는 동아, 조선, 중앙일보를 정권을 넘어서는 권력을 행사하는 ‘신문권력’으로 규정했다. 또 “옷로비 사건은 조선일보의 개각 특종에 대해 신문사들의 ‘정권 길들이기’ 차원에서 시작했다”는 등의 자의적인 해석을 마다하지 않으며 전현직 기자 및 관료의 증언으로만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들의 증언도 대부분 “카∼더라” 수준의 루머를 재탕한 데 불과했으며, 제작진의 추가적인 사실 확인도 없었다.

박영상 한양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매체 비평은 훨씬 더 엄격한 ‘저널리즘’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며 “사실(fact)에 대해 비판을 할 경우 반대되는 근거(counter fact)를 정확히 밝혀야 하는데, 미리 ‘가설’을 만들어놓고 적당한 ‘코멘트’만 제시하고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올바른 매체비평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5일 방송됐던 KBS ‘미디어 포커스’도 마찬가지.

이 프로그램은 한 사람의 말을 토대로 “주민들에게는 이미 ‘경품’이 신문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전국에 하루 150만부 이상의 무가지가 살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으나 독자들의 ‘신문 선택 기준’에 대한 통계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 같은 매체 비평이 봇물을 이루는 현상은 2000년 김대중 정권과 신문간에 갈등이 빚어졌던 상황과 유사하다. 2001년 2월 언론사 세무조사 이전에도 MBC는 ‘PD수첩’이나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차례 신문 비판 프로그램을 내보냈으며 같은 해 4월 ‘미디어 비평’을 신설했다.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서는 MBC에 이어 공영방송인 KBS까지 ‘미디어 포커스’ 등으로 신문 비판에 나섰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유재천 한림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미디어 상호간의 비평은 바람직하지만 방송이 한꺼번에 2, 3개 프로그램에서 신문에 대해 이데올로기의 잣대를 들이대며 비판하는 것은 특정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