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대표 수수의혹 파문]與주류 "신당 암초돌출" 긴장

  • 입력 2003년 7월 10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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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9일 밤 자신의 굿모닝시티 자금 추가 수수 의혹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한 지인의 집을 찾아가 밤새 통음하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검찰 사정의 희생양이 되는 것 같다”고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신당 추진에 차질”=정 대표는 추가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청와대 및 여권 내에서는 ‘정 대표 이후’에 대한 대비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특히 여권 주류는 그동안 김원기(金元基) 고문과 함께 주류의 좌장 역할을 해 온 정 대표가 낙마할 경우 당 분열이 가속화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특히 신당 문제에 있어 정 대표는 중도파하고도 활발히 교감하는 등 신당 추진의 핵심 역할을 하면서 폭을 넓혀 왔다. 정 대표가 빠지고 강경파 몇 사람이 전면에 서게 되면 신당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 대표가 최근 중도파 및 비주류측 인사들에 대한 집중적인 설득작업을 통해 신당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켜 왔음을 지적하면서 “정 대표가 낙마하면 애써 끌어들인 중도파들도 다시 이탈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주류의 한 중진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집권 여당의 대표가 수뢰 의혹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신당 이미지에 도움 될 것이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정 대표가 낙마할 경우 당 지도부가 비주류에 의해 장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류측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한 당직자는 “정 대표의 자금 수수 의혹 문제가 결과적으로 신당파의 당 밖 행보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 대표와 신당은 별개다”=신당 추진파 일각에서는 정 대표의 문제를 ‘개인 차원’의 문제로 돌리며 신당 추진과 분리 대처하려는 움직임도 없지 않다. 신당 강경추진파의 한 의원은 “정 대표는 원래부터 신당 추진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정 대표에게 문제가 생겨도 신당을 추진하는 데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해 정 대표와 신당 추진은 별개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 같은 기류는 신당파 내부에서 정 대표가 최근 신당 모임에 나오지 않고, 비주류에 동조하는 듯한 말을 하고 다닌다는 비판이 제기되던 상황과 맥이 닿아 있다.

신당파의 핵심인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이 이날 정 대표가 굿모닝시티로부터 후원금으로 받았다고 인정한 2억원의 행방에 대해 정 대표의 설명과 배치되는 말을 했하고 나선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는 2억원 중 5000만원을 이 총장 명의로 되어 있는 당 후원금계좌에 입금시켰다고 설명했으나 이 총장은 이날 “내 이름의 계좌에서 5000만원짜리 영수증을 처리해준 일이 없다”고 반박해 정 대표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 총장은 “사실관계를 얘기한 것일 뿐 정 대표를 난처하게 만들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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