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정부 ‘햇볕정책’ 전면 수정해야

  • 입력 2003년 7월 10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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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의 고폭실험 사실을 5년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국가정보원이 ‘고백’했다. 전임 김대중 정부가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어기고 핵무기 개발을 추진 중인 것을 알면서도 5년 내내 국민에게는 쉬쉬했다는 얘기다. 그런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에 나서게 한 정부는 국민의 안위를 외면한 셈이다. 햇볕정책을 내세워 북한에는 온갖 지원을 하면서 정작 우리 국민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험조차 모르게 한 전임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전임 정부가 추진한 햇볕정책은 대북 거액 송금 사건으로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북핵 정보 은폐 의혹까지 불거진 이상 새 정부는 햇볕정책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이 옳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9일 간담회에서도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전임 정부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며 인재 등용에 대해 “자주국방과 햇볕정책 등 큰 틀에 배치되지 않는 한 배척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이처럼 새 정부가 줄곧 햇볕정책의 유지를 다짐하는 가운데 국정원이 북핵 관련 ‘진실고백’을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국정원의 비밀 공개를 계기로 대북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에 나서야 한다. 국정원은 북한이 폐연료봉 일부를 재처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공개했다. 북핵 위기는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기존 정책으로는 미국과 일본 등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공조하고 있는 우방들의 신뢰 또한 얻기 어렵다.

북한의 실상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려 현명한 판단을 구하는 것이 ‘참여정부’라는 새 정부의 슬로건에도 어울린다. 국외에선 다 아는 사실을 국내에서 숨겨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것도 버려야 할 전임 정부의 유산이다.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고 잘못된 남북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김 전 대통령과 역대 국정원장 등 대북 관련 정보책임자가 북핵 정보를 은폐한 경위를 따져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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