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 대표직 내놓고 조사받아야

  • 입력 2003년 7월 10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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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패션쇼핑몰 굿모닝시티 윤창열 대표에게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고 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현 집권여당 대표가 검찰청사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것만도 우리 정치사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그가 수의(囚衣)까지 입게 된다면 충격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국민은 한편으로는 성역(聖域) 없는 검찰권 행사를 실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집권여당 대표까지 ‘검은돈’을 받는 더러운 정치세태를 개탄할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깨끗한 돈만으로 정치를 해온 순결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는 동정론도 나오는 모양이지만 일반의 시각은 다르다.

드러난 비리가 그 정도라면 드러나지 않은 비리는 얼마나 될까, 박봉 때문에 자살한 검찰 수사관도 있는데 정치인은 몇 억원도 아무 생각 없이 받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정 대표의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현 정권이 소리 높여 외치는 개혁의 실체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정 대표는 대선 때 정치자금으로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검찰 발표대로 수수액이 4억원이나 된다면 후원금의 법정한도를 훨씬 넘어선다. 당연히 합법적인 처리절차를 거치지 않은 ‘구린 돈’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거기에 청탁까지 끼어들었다면 뇌물이 아니라고 발뺌할 여지는 전혀 없다. 그가 당초 무슨 돈인지 알았느냐 몰랐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 대표가 받은 돈이 어떤 돈인가. 쇼핑몰 분양 미끼에 넘어간 영세상인 수천명의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돈 아닌가. 그가 개인후원금 명목으로 받은 6000만원을 뒤늦게 반환키로 한 것도 정말 받아서는 안 될 돈을 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 대표는 검찰에 출두하기 전에 국민에게 사죄하고 대표직을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당에 대한 정치적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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