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마켓 한국 주목받아…루이뷔통 한국어 홈페이지 오픈

  • 입력 2003년 7월 10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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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표기된 BMW 내비게이션. 사진제공 BMW
한글로 표기된 BMW 내비게이션. 사진제공 BMW
프랑스의 최고급 브랜드 루이뷔통이 11일 한국어 전용 홈페이지를 연다. 루이뷔통의 외국어 홈페이지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뿐이다.

루이뷔통코리아 박주혜 과장은 “한국 내 매출이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하는 데다 해외에서 구매하는 한국 고객도 많다”며 “본사에서 일본 미국 홍콩 다음으로 한국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세계적 화장품 브랜드인 샤넬도 아시아에선 한국어와 일본어로만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가 고가품 시장에서는 ‘공식 언어’인 셈이다.

글로벌 마켓에서 한국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마케팅은 물론 상품을 개발하는 단계부터 한국인의 취향과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위상=독일의 BMW는 작년 신차 745Li를 전 세계에서 최초로 한국시장에 내놓았다. 실내 공간이 넓은 차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취향을 반영해 개발한 리무진이기 때문. 한국인을 위해 ‘7시리즈’ 계기판과 각종 경고지시문도 한국어로 표기했다. 독일어와 영어에 이어 세 번째다. BMW코리아의 김효준 사장은 “지난해 한국에서 7시리즈는 1500여대가 팔렸으며 이는 세계 5위”라고 말했다.

월드키친의 ‘비전’은 지난달 ‘속이 깊은 냄비’를 내놓았다. 국 찌개 등 국물이 많은 요리를 즐기는 한국인의 취향에 맞게 월드키친 본사에서 별도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쳤다. 월드키친코리아 김인욱 지사장은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가장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계 럭셔리 브랜드 에이전시 업체 부루벨코리아 다니엘 메이란 사장은 “과거 일본이나 홍콩을 거쳐 한국 시장에 진출하던 업체들이 요즘은 홍콩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주목받는 이유=업계와 전문가들은 △경제수준을 웃도는 고가품 시장규모 △테스트시장으로 적합한 한국인의 깐깐한 제품 평가 △빠른 유행 등을 지적했다.

한국네슬레는 지난해 맛과 향을 개선한 ‘테이스터스 초이스’ 커피를 13년 만에 시장에 내놓으면서 한국을 ‘테스트 마켓’으로 선택했다. 전 세계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소비자 기호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

네슬레는 “까다로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면 세계 어디서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스위스 본사에서 기술개발자가 충북 청주 공장에 파견돼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 이 신제품은 영국과 일본 시장에서 올 상반기부터 판매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언오 상무는 “수준 높은 상품에 의해 소비자들이 깐깐해지면 국내 기업들의 상품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깐깐한 취향답게 소득을 웃도는 구매에도 과감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년 현재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3위(국내총생산 기준), 소득수준은 36위(1인당 국민총소득 기준)에 불과하지만 고가품의 구매는 세계 상위권에 드는 것.

서울대 경영대 주우진(朱尤進) 교수는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고가의 질 높은 수입품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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