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목 '아하! 그렇군요']"관객 귀에 익은 제목이 No.1"

  • 입력 2003년 7월 10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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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영화 제목 작법 제1조는 ‘익숙한 게 최고’다.

최근 이 법칙에 충실해 재미를 본 영화는 ‘장화, 홍련’. 계모와 두 딸의 갈등 관계라는 설정을 동명의 고대소설에서 빌려왔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두 자매의 이름이 장화, 홍련이 아니라 수미, 수연이기 때문에 제목 ‘장화, 홍련’과 연관성이 희박하다. 그래도 제작사 ‘봄’은 “4000만이 다아는 제목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영어 완전정복’ ‘최후의 만찬’ ‘목포는 항구다’ 등 현재 만들고 있는 영화 중에는 관객에게 익숙한 노래나 책, 미술 작품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경우 저작권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제작사에서는 확인 절차를 단단히 밟아야 한다.

촬영중인 김성수 감독의 ‘영어 완전정복’은 영어학원에서 만난 두 남녀가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싹틔우는 코미디. ‘영어 완전정복’은 동아출판사(현재 두산동아)가 펴낸 영어 참고서로 1980∼1990년대 중고교생 사이에서 널리 사용됐다.

‘영어 완전정복’은 상표권이 등록돼 있어 이 제목을 사용하려면 출판사에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 제작사는 이 출판사가 펴낸 영한 사전을 영화 속에 등장시키는 등 간접 광고를 해주기로 했다.

상표권 때문에 제목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촬영중인 ‘아라한-장풍 대작전’은 1970년대 TV 만화 ‘마루치 아라치’를 제목으로 쓰려 했으나 상표권자와 협상에 실패해 제목을 바꿨다.

이처럼 기존 작품 제목을 그대로 사용한 사례로는 ‘신라의 달밤’ ‘봄날은 간다’ ‘굳세어라 금순아’ 등이 있다. ‘신라의 달밤’의 제작사는 이 노래의 작곡 및 작사가에게 사전 동의를 구했다. ―끝―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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