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에 공식일정 하나 없다니

  • 입력 2003년 7월 9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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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어제까지 민주당은 딱 두 차례 공식회의를 했다. 1일 최고위원회의와 어제 원내대책회의를 한 게 고작이다. 그사이 1주일 동안 당사 회의실은 종일 텅 비어 있었다. 민주당이 문을 닫은 것은 물론 아니다. 그래도 ‘일정 없음’이라고 적힌 공식일정표는 꼬박꼬박 배포했으니 말이다. 소속 의원이나 당직자들이 모두 휴가를 간 것도 아니다. 당사 밖에서는 신당추진파와 민주당사수파가 거의 날마다 따로따로 ‘회의’를 했다. 국정과는 무관한 자신들만의 세(勢) 결속을 위한 모임이었다.

경제난으로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어도, 그래서 야당 대표가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면서 “지금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도, 시급한 민생현안의 처리가 지연돼 정부가 발을 동동 굴러도,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위해 외국에 나가 있어도 요즘 민주당에선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야당이 국회 법사위에서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위한 새 특검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켜도, 소속 의원들의 연루설이 나오는 권력비리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도, 한 소속 의원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방해 의혹으로 국회특위까지 구성됐는데도 구성원들 사이에서 ‘우리 일’이라는 공동체의식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니 당 차원의 체계적인 대책이 나올 리도 없고 결집된 당론이 있을 수도 없다. 집안싸움으로 집권 여당의 책무를 오랫동안 방기한 민주당이지만 이쯤 되면 제대로 된 정당이라고 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 하기야 회의만 했다 하면 막말과 폭언이 난무하고 주먹다짐까지 오가는 판이니 회의를 열기도 겁날 것이다.

당이 이토록 엉망인데 소속 의원들의 의정활동 역시 성실할 리 없다.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제시간에 열리지 못하기 일쑤인 국회 본회의 참석률이 야당 의원들보다 훨씬 저조하다는 통계도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의 석연치 않은 방관과 침묵이다. 그것이 민주당의 공동화를 심화시키는 주요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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