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씨 ‘강제 귀국’ 검토…150억 사용처 규명 어려워

  • 입력 2003년 7월 9일 18시 32분


코멘트
김영완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안대희·安大熙 검사장)는 9일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현대에서 받았다는 비자금 150억원을 돈세탁한 것으로 알려진 무기거래상 김영완(金榮浣·해외체류)씨를 조기 송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김씨의 조세포탈 혐의를 먼저 입증한 뒤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김씨 송환을 해당국가에 공식 요청하거나 김씨의 국내 재산을 압류 또는 동결 조치해 귀국을 종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비자금 관련 계좌를 광범위하게 추적한 데 이어 핵심인물인 김씨의 송환을 추진키로 한 것은 새 특검 출범 이전이라도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조기 송환 검토 배경=검찰 관계자는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새 특검 법안이 11일 본회의에서 어떤 식으로 처리되는지를 지켜보아야 한다”며 강제 송환 추진방침을 확정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검찰은 새 특검 법안 통과가 불투명한 데다 특검이 실시되더라도 수사 기간이 60일로 한정돼 있고 수사 대상도 현대 비자금 의혹 및 관련 사건으로 제한돼 있어 현대 비자금 이외의 의혹 사건은 결국 검찰이 맡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검 수사팀 내부에서도 김씨를 직접 조사하지 않을 경우 비자금 수사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조기 송환방침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계좌 추적 진행 상황=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대북 송금 의혹 사건’ 특검팀에서 수사 자료를 넘겨받은 뒤 돈 흐름을 원점에서 정밀 재조사하고 있다.

현대 비자금 150억원은 1억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150장으로 김씨에게 전달된 직후 50억원어치 2개 뭉치, 40억원, 10억원 등 네 뭉치로 쪼개져 돈세탁됐다.

검찰은 이 중 50억원짜리 CD 두 뭉치(100억원)에 대해서는 계좌 추적 자료가 거의 없어 처음부터 자금의 흐름을 쫓고 있다. 100억원은 김씨의 측근인 사채업자 임모씨(미국 체류)와 장모씨, 증권사 등을 거쳐 보험사에서 할인된 뒤 장씨의 부인과 인척의 은행계좌로 다시 입금됐으나 최종 사용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40억원짜리 CD 한 뭉치에 대해서는 임씨가 김씨의 지시를 받아 돈세탁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임씨의 계좌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또 다른 괴자금 50억원이 발견되는 등 계좌 추적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검찰은 이 밖에 김씨가 2000년 5월 초 현대에서 받은 10억원어치의 CD로 국민주택 채권을 구입한 사실까지는 확인했으나, 이 채권의 발행번호가 지난해 3월 김씨 자택에서 도난당한 채권과 다른 것으로 나타나 결국 10억원어치의 CD 행방도 묘연한 상태다.

▽김씨 송환 전망=검찰은 김씨 송환을 위해 범죄 혐의 입증→수사 도중 귀국 종용→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른 강제송환 요청 등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은 여권 무효화, 재산 압류 등을 위해 먼저 김씨의 조세포탈 등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국가간 범죄인 송환요청을 하더라도 인도재판 절차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난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사가 진행되면 김씨가 ‘예상 외로’ 조기에 귀국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히며 ‘모종의 조치’를 따로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