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책]전라도 사투리로 엮은 구수한 이야기

  • 입력 2003년 7월 9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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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시 진상면 진월리에서 2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는 서재환(徐在桓·47)씨는 최근 전라도 사투리를 말투 그대로 옮겨 쓴 ‘오지게 사는 촌놈’(사진)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백 살을 두해 앞둔 할머니와 80대 부모, 부인과 두 아들 등 4대가 한 지붕아래 살면서 엮어내는 시골생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책 말미에는 ‘농부의 들꽃사전’과 ‘농부의 사투리모음집’을 부록으로 실어 시골생활과 전라도 사투리에 익숙치 않은 도회지 독자들도 찾아가면서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책 제목에 있는 ‘오지다’를 ‘만족스럽다’ ‘좋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책을 읽어야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지론을 펴는 그는 이웃 사람들이 책을 읽도록 하기 위해 처음에는 오토바이에, 나중에는 경운기에 수 백권의 책을 싣고 동네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예 집 텃밭 한쪽에 사설도서관을 만들었다.

그는 마을신문 ‘바구리봉’(마을 산 이름)을 5년 째 펴내고 있으며, ID ‘농부’(nongbu)로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상당한 고정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서씨는 “땅이나 파먹던 놈이 농투성이 말로 책이랍시고 낼라고 하니까 이것이 잘하는 일인지 아니면 괜한 일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소설가 문순태(文淳太) 씨는 “사투리는 그 지방의 힘이며 기운”이라며 “항꾸네(함께) 알탕갈탕 살어가는 이야기가 푹 곰삭은 청국장처럼 솔찬히(꽤) 개미(맛)있고 재미지다”고 평했다.

광주=김 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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