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중학생 잇단 엽기살인극 충격

  • 입력 2003년 7월 9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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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가 최근 중학생들이 잇따라 저지른 살인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14세 미만 청소년들이 끔찍한 범죄를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놀이’를 하듯 저질러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유아 살해=9일 나가사키(長崎)시 경찰은 시내 모 중학교 1년 남학생(12)을 4세 유아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일본의 주요 신문은 이날 1면 머리, 혹은 사회면 머리기사로 이 사건을 일제히 보도했다.

1일 저녁 나가사키 시내 한 전자제품 판매장 내 오락장에서 실종된 4세 유아가 다음날 아침 실종 장소에서 4km쯤 떨어진 8층 주차장 빌딩 옆 바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 상태와 주차장 옥상에서 피해자 발자국이 발견된 점으로 볼 때 옥상에서 내던져진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부근 상가에 설치된 감시용 비디오카메라 필름을 조사한 끝에 실종된 뒤 1시간쯤 지나 피해자를 데리고 가는 교복 차림의 용의자를 찾아냈다.

경찰은 지난해 3월 이래 피살현장 부근에서 서너살된 유아가 주차장에 내팽개쳐지거나 옷이 벗겨진 채 발견된 사건이 5건 발생한 것과 이번 사건이 관련이 있는지도 수사 중이다.

▽‘이지메’ 살인과 암매장=5일 오키나와(沖繩)현 미군기지 주변 묘지에서 중학교 2년 남학생(13)이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는 같은 학년 남학생(13)을 비롯해 3학년 남녀 학생(14), 동문선배인 고교 1년 남학생(15) 등 4명. 이들은 지난달 28일 평소 집단 괴롭힘(이지메)의 대상으로 삼아온 피해자를 불러내 번갈아가며 둔기로 1시간가량 폭행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기척이 없어진 뒤 태연히 맥박을 짚고 얼굴색을 살펴 ‘사망 확인’을 한 다음에 암매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폭행에 가담한 13세 동급생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아 가정법원에 넘겨졌고 나머지 3명은 살인과 시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조사를 받을 때 “우리가 했다”고 했을 뿐 반성이나 후회의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고 오키나와 타임스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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