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둥젠화…中, 국가안전법 입법연기에 당혹

  • 입력 2003년 7월 8일 18시 52분


코멘트
둥젠화(董建華·사진) 홍콩 행정장관이 반대 여론에 밀려 기본법 23조(국가안전법) 입법을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홍콩 내 여론뿐 아니라 중국 지도부의 신뢰를 급속도로 잃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발 체제 불안정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안전판으로 국가안전법을 만들 심산이었지만 입법이 연기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홍콩이 서구식 민주주의의 사례가 되거나 중국 전복 세력의 근거지가 되는 상황을 우려해 왔다.

홍콩 내부에서도 반대를 무릅쓰고 입법을 강행하다 결국 물러선 둥 장관의 무능력을 들어 그에 대한 사임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8일자에서 “홍콩에서 둥 장관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여론 추이를 지켜보면서 둥 장관의 거취 처리를 미루고 있는 눈치다.

둥 장관의 손을 들어줄 경우 여론의 화살이 중국 본토로 향할 수 있고, 둥 장관을 즉시 사퇴시키면 여론에 힘을 실어줘 “항의하면 얻을 수 있다”는 선례가 돼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는 둥 장관에 대해 아직 공개적인 발언은 삼가고 있지만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최근 둥 장관에 대해 차가운 태도를 보여 왔다. 원 총리는 공개적으로 비난한 적도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둥 장관의 사임이 정치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조지프 쳉 홍콩시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둥 장관이 사임할 경우 정부 전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내각 교체를 통해 인적 쇄신을 단행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