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北核 당사자 대화’ 언급…失言인가 의도적 발언인가

  • 입력 2003년 7월 8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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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실언이냐, 북한을 배려한 중국측의 의도적 비켜가기냐.’

7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노 대통령이 후속 다자회담 추진 문제와 관련해 ‘당사자간 대화 재개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당사자간 대화’라는 발언은 그동안 북한이 주장해 온 북-미간 직접 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표현. 실제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7일 밤 12시경 내보낸 영문 기사에서 “중국과 한국은 ‘직접회담(direct talks)’의 조기 재개 노력에 합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일자 반기문(潘基文) 대통령외교보좌관은 8일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이 말한 ‘당사자’는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 ‘관련 당사자’이다”며 “(당사자간 대화는) 분명하게 다자회담을 뜻하는 것이고, 신화통신 보도는 뜻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고 못박았다.

반 보좌관은 또 “내가 알기로는 중국 정부는 북핵문제를 북-미 양자간에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 아니며,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다자회담을 지지하는 입장이다”면서 “후 주석도 7일 공동기자회견에서 ‘관련 각국과 국제사회의 노력을 강화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관련 각국’이라는 표현을 부각시켰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의 ‘당사자간 대화’ 발언에 대해 외교라인 일각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표현을 사용하는 바람에 혼선이 빚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사자’보다는 최소한 ‘관계 당사자’, 또는 기존의 우리 입장인 ‘다자’ 정도로 보다 명료하게 표현해야 했다는 얘기다.

설사 노 대통령의 ‘당사자간 대화’ 발언이 실수가 아니라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중국측을 배려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이미 ‘5자회담’ 추진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미국과 일본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과 양국 공동성명에서 ‘5자회담’ 추진 의사를 명백히 하지 못한 것은 중국측이 “확대다자회담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북한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를 공식화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동성명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다자회담’과 관련된 용어가 빠지고 대신 ‘4월 베이징(北京) 3자회담의 대화 모멘텀(기조)을 지속하기를 희망한다’는 표현으로 정리됐다.

한편 논란의 시발점이 됐던 ‘확대다자회담 합의’라는 내용이 들어간 ‘보도참고자료’(7일 오전 배포)의 작성 주체를 둘러싸고 외교통상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기도 했다. 외교부측은 8일 “외교부는 그 자료를 작성한 적이 없다”면서 “중국측이 공개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확대다자회담’이란 표현을 제기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NSC측을 겨냥했다. 그러나 NSC측 관계자는 “취재진의 요청에 의해 자료를 미리 제공했지만, 정상회담 직전에 중국측의 입장을 고려해 ‘확대다자회담’ 부분을 빼고 회담에 들어갔다”고 반박했다.

베이징=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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