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새 특검 거부 명분 없다

  • 입력 2003년 7월 8일 18시 32분


코멘트
대북 송금 사건 보완수사를 위한 새 특검법안이 어제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으나 여진이 가시지 않고 있다. 대여협상 전권을 위임받은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가 원안 관철이라는 당초 방침과 달리 수사대상을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현대측으로부터 받았다고 하는 150억원의 비자금 의혹 사건 및 관련 비리 의혹 사건’으로 한정한 수정안을 전격 통과시켰으나 여야 양쪽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보완수사 주체는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청와대의 의사 표명과 한나라당의 이 같은 양보에도 불구하고 특검 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텨온 민주당의 자세는 집권여당답지도 않고 공당답지도 않다. 민주당의 표결 불참은 법안 통과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온통 한나라당에 지우겠다는 것이어서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수정안이 청와대 입장을 대폭 수용했는데도 관련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을 문제 삼아 청와대 관계자들이 애매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협상의 상대인 야당의 선의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 대북송금특위 위원들이 수정안에 반발해 전원 사퇴하고 최병렬 대표조차 홍 총무에게 “매우 섭섭하다”고 했을 정도라면 청와대는 오히려 홍 총무에게 사의를 표해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송두환 특검팀도 인정했듯이 대북 송금 성격 규명을 비롯해 아직 수사가 미진한 부분이 적지 않아 수사대상을 대폭 축소한 데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런데도 홍 총무가 고육책을 쓴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한 정국 경색을 우려한 조치로 이해된다. 아예 거부권 행사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공은 이제 노 대통령과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더 이상 한나라당의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억지다. 11일 예정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새 특검팀이 발족하기까지는 한달여가 남아있는 만큼 그동안 검찰도 비자금 계좌추적을 성실히 해 새 특검팀에 넘겨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