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私교육비 경감대책 마련, 예체능과외 흡수한다

  • 입력 2003년 7월 8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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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각계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사교육의 고삐를 잡기 위해 발을 벗고 나섰다. 그러나 일부 교육계 인사들은 “정권이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부가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의 경우도 실속 없이 너무 요란만 떠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교육 규모 얼마나 될까=교육부가 2000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사교육비(과외비)는 7조1276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초등학생의 과외비가 3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했고 중고교 과외비가 3조4000억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사교육비 규모는 조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990년 3조743억원, 1994년 6조5315억원, 99년 6조7720억원, 2000년 7조1276억원 등으로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학교 임대해 특기교육=교육부는 8일 서범석(徐凡錫) 차관이 위원장인 ‘사교육비경감대책위원회’를 열고 사교육비 근절 대책을 논의했다.

위원회에는 학부모 교원단체 대학 관계자 등 17명의 대표가 참여하고 있으며 12월까지 활동하면서 추진상황 등을 수시로 점검할 계획이다.

위원회에서는 ‘대입제도 발전방안’과 ‘불법 고액과외 감시체제 강화’ ‘예체능 과목 평가 개선’ ‘교과 분량 축소 추진’ 등 다양한 과제별 추진 내용을 논의했다.

교육부는 사교육비를 잡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학교 시설을 외부 강사 등에게 임대해주고 저렴한 비용으로 예체능 특기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입시 과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입제도를 마련하고 전문대학원 도입 확대, 지방대 육성, 대학 서열구조 완화, 학벌주의 타파 등의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입제도 발전방안은 공청회가 2005년 상반기로 잡히는 등 장기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이 방안에 대해서는 수능시험 자격고사화 및 연 2회 실시, 대입전형 자율화 확대,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등도 논의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불법 고액과외에 대학 학부모 시민단체의 사회적 감시체제를 강화하고 수준별 선택 중심의 교육과정 확대, 교과분량 축소, 유치원 종일반 확대 등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실효성 논란=교육부가 이날 위원회에서 사교육비 대책으로 내놓은 사안들은 이미 발표됐거나 검토 중인 것이 많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교육부는 국민의 정부 100대 과제인 ‘사교육비 부담 경감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2000년 초중고교생의 사교육 실태를 조사해 2001년 3월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곧바로 교육부 내에 ‘공교육 내실화 기획단’이 만들어지고 교원단체, 학계, 시민단체, 학부모 등 33명으로 ‘학교정책협의회’를 구성해 교육현안 및 제7차 교육과정운영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그런데도 국내 공교육에 대한 불만이 누그러지지 않고 ‘교육이민’ ‘공교육 붕괴’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되자 2002년 3월 ‘공교육 진단 및 내실화 대책’을 내놓았다.

여기에도 사설 모의고사 제한, 교육방송(EBS) 활용 활성화 등을 통해 학교에서 과외수요를 흡수하고 다양한 대입제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등 이번 발표와 비슷한 내용이 많았다.

한때 위원으로 참여했던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의 김정명신 공동대표는 “교육부가 ‘한 가지 특기만 있으면 대학간다’며 인기성 교육정책을 내놓고 학생 선택을 중시한다며 제7차 교육과정을 무리하게 도입했지만 일선 현장은 거꾸로 돌아가 학부모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기대 심리를 자극하는 전시행정보다 교원의 자질 향상을 통한 공교육 내실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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