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내가 메이저 퀸이라니…”…무명의 런키 깜짝우승

  • 입력 2003년 7월 8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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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에서 신데렐라로’.

힐러리 런키(24·미국)가 여자골프 최고 권위 타이틀인 2003US여자오픈(총상금 310만달러) 정상에 오르며 무명의 설움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8일 미국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 펌프킨리지GC 위치홀로코스(파71)에서 18홀 스트로크플레이로 벌어진 ‘3인 연장전’.

런키는 1언더파 70타를 기록, 이븐파(71타)에 그친 안젤라 스탠퍼드와 2오버파 73타를 친 켈리 로빈스(이상 미국)를 따돌리고 감격적인 프로 첫 우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했다.

2년 전 프로에 데뷔했으나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미국LPGA투어의 ‘그저 그런’ 선수였던 런키가 US여자오픈 우승컵을 차지한 것은 올 세계여자골프의 최대 '이변'.

특히 런키는 1946년 시작된 역대 US여자오픈에서 ‘지역예선을 거친 첫 우승자’로 골프사에 이름을 올렸다.

13세 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은 런키는 명문 스탠퍼드대 재학시절 미국대표로 커티스컵대회에 출전했고 대학 올스타에 뽑히며 잠깐 두각을 나타냈으나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다. 지역 대학대회에서 2차례 우승을 거뒀을 뿐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전국규모 대회 우승경력은 없다.

프로골퍼로서도 순탄치 않았다.

2001년 프로에 데뷔했지만 미국LPGA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 31위에 그치며 풀시드를 얻는데 실패했다. 2002년 조건부출전선수로 10차례 경기에 출전했으나 톱10에는 한번도 들지 못해 퀄리파잉스쿨에 재도전, 공동 17위로 천신만고 끝에 올 시즌 풀시드를 따냈다.

하지만 런키의 올시즌 미국LPGA투어 성적은 역시 별 볼 일 없었다.

12개 대회에 출전, 톱10은 한차례도 없었고 벌어들인 상금은 고작 3만9208달러.

이대로라면 내년 시즌 풀시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퀄리파잉스쿨 3수(修)’를 해야 할 형편이었다.

역대 미국LPGA투어 단일대회 최다 우승상금인 56만달러를 획득, 올 시즌 상금랭킹 88위에서 4위로 단숨에 뛰어오른 런키에게 거액의 상금 못지않게 기쁜 것은 앞으로 5년간은 ‘퀄리파잉스쿨 악몽’을 꾸지 않아도 된다는 것. 메이저대회 우승자에게는 다음해부터 5년간 풀시드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연장전 최종 18번홀에서 4.5m 버디를 낚아 우승을 확정지은 런키는 공식 인터뷰장을 가득 메운 기자들에게 “여러분 중 이번 대회에서 내가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분이 있나요? 나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어쨌든 나는 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명 ‘마녀의 골짜기’로 불리는 위치홀로코스에서 박세리(CJ)를 비롯한 숱한 스타들은 좌절을 맛봤다. 하지만 런키에게는 ‘착한 마녀’였던 셈이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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