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12시30분 아닌 0시30분"…천문硏 ‘잘못된 역법’ 워크숍

  • 입력 2003년 7월 8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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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으로 된 위인의 탄신일은 현재 양력을 기준으로 정한다. 올해 달력이 그려진 도자기 달력.-동아일보 자료사진
음력으로 된 위인의 탄신일은 현재 양력을 기준으로 정한다. 올해 달력이 그려진 도자기 달력.-동아일보 자료사진
충무공 이순신의 탄신일은 4월 28일이다. 이순신의 탄신일은 실제로는 1543년 음력 3월 8일. 이 날짜를 현재 쓰이고 있는 양력(그레고리력)에 맞춘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의 탄신일은 당시 서양에서 쓰던 양력(율리우스력)에 맞춰 4월 18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많은 문중들이 조선시대 조상들의 제사를 여전히 음력으로 지낸다. 석가탄신일은 음력으로 4월 초파일(8일)이다. 도대체 어느 기준이 맞는 것일까.

한국천문연구원은 최근 서울교대에서 워크숍을 열고 현행 역법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키는 여러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역사적 날짜에 대한 음력과 양력의 변환 문제. 일부 사학자들은 서양 양력이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바뀐 1582년 이전의 역사적 날짜는 율리우스력으로, 이후는 그레고리력으로 바꾸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율리우스력은 4년마다 한 번씩 윤년을 넣어 실제 1년과는 0.0078일의 오차가 있다. 그레고리력은 400년에 97번의 윤년을 넣어 오차를 최소화한 것이다.

천문연구원 김봉규 박사는 “삼국통일처럼 역사적 사건은 서양과 비교할 수 있게 율리우스력으로, 탄신일 같은 날짜는 그레고리력으로 바꾸는 것이 원칙”이라며 “석가탄신일은 부처가 태어난 역사적 날짜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양력으로 정할 수 없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식적인 위인들의 탄신일과 사망일은 이런 원칙에서 정해졌다.

시간의 기준이 되는 표준자오선 문제도 논의됐다. 현재 한국이 쓰는 표준자오선은 동경 135도. 일본 고베 부근을 지나는 자오선이다. 일부 단체는 이 기준이 일제강점기의 잔재라며 충주 부근을 지나는 동경 127.5도로 표준자오선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날 천문학자들은 표준자오선이 일본에 맞춰진 것은 지리적인 우연에 불과하며 현재 기준이 세계의 기준이라고 단언했다. 홍성길 ㈜휴머노피아 사장(전 기상연구소장)은 “표준자오선을 동경 127.5도로 맞추면 외국이 몇 시일 때 한국은 몇 시 30분식으로 바뀌는데 외국과의 경제생활이 너무 불편해진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30분 단위의 표준자오선을 정한 곳은 무역 활동이 거의 없는 저개발국가 몇 곳뿐이다.

또 단기는 음력이 아닌 양력으로 해가 바뀔 때 연도가 바뀌어야 하며, 달력에서는 일요일을 한 주의 시작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국제표준은 한 주의 시작은 월요일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김 박사는 “지금도 아나운서들은 ‘밤 12시30분’이라는 말을 쓰지만 ‘밤 0시30분’으로 표현해야 맞다”고 말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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