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 사위 맞던 날

  • 입력 2003년 7월 8일 12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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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 재학시절 만난청년 크리스탱, 홈빡홈빡 정이들어 내내한통 졸졸졸졸, 엄부엄모 외인사위 불허하니 어찌할꼬...’

도올 김용옥(55)씨가 프랑스인 사위를 맞는 자신의 심경을 판소리에 담아 노래했다.

“처음에는 반대했지요, 그렇지만 둘이 서로 좋다는데 어쩌겠습니까. 결국 여기까지 오고 말았네요.”

도올의 맏딸 승중(30)씨와 프랑스 국적의 크리스티앙 메누가 결혼식을 올린 7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 2층 다이내스티홀은 넘치는 하객들로 붐볐다.

사회를 맡은 도올은 식에 앞서 “우리사회와 외국인 사위에게 전통적이고 의미있는 결혼식을 보여주고 싶어서 굳이 신부아버지가 떠들게 됐다. 오늘의 예식이 우리 사회의 전범(典範)으로 보편화되길 바란다”고 이날 결혼식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날 혼례는 시작부터 범상치 않게 진행됐다.

신부의 아버지가 딸과 함께 입장해 신랑에게 신부를 인계하는 전통의 절차는 생략된 채 양가 부모들이 차례로 입장한 뒤 신랑, 신부가 네명의 들러리와 함께 식장에 들어섰다.

이에 대해 도올은 “신랑이 신부 아버지로부터 장래의 배우자를 인계 받는 것은 여성을 소유물로 본데서 비롯된 것으로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식은 전통혼례 방식에 따라 신랑 신부가 손을 씻는 ‘관세례’,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함께 술을 나눠 마시는 ‘수작례(酬酌禮)’, 같이 절을 하는 ‘교배례(交配禮)’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도올이 직접 작성한 주례사를 하객들이 큰 소리로 함께 낭독하면서 혼례는 절정에 다다랐다.

도올은 ‘수작례’에서 신랑 신부가 나눠 마신 술에 대해 “1949년 중국 사오싱에서 99개만 만들어진 것으로 99년 처음 일반에 판매됐고 이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선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도올과 친분이 있는 가수 조영남, 장사익의 공연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원일 교수의 피리 연주, 시나위 합주, 김덕수의 사물놀이 등이 펼쳐져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신랑 신부는 1999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천체물리학을 함께 공부하며 인연을 맺었다고.

현재 승중씨는 버지니아대학에서 미술사 박사 과정, 메누는 블랙홀 연구로 박사 후 과정을 밟고 있다.

신랑의 아버지 크리스티용 메누씨는 주미 프랑스 대사관에서 재정담당 부대사로 일하고 있다.

신혼부부는 8일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하객이 함께 합창한 주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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