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간이영수증 발급 놓고 복지부-의협 대립

  • 입력 2003년 7월 7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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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의원에서 환자에게 발급하는 간이영수증이 정부와 의사간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연말소득공제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연말소득공제용 의료비납입영수증 서식을 확정하고 앞으로 모든 의원은 이 서식에 따라 영수증을 발급하도록 하는 ‘건강보험 요양급여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빠르면 9월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7일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확정된 의료비납입영수증 서식 중 간이영수증에 예전엔 없던 ‘공단부담금’을 기재하는 항목이 포함돼 대한의사협회가 반발하고 있다.

의협의 김세곤(金世坤) 공보이사는 “공단부담금은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험급여를 신청해 지급받는 금액으로 환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차등수가제와 진료비 삭감으로 공단에서 얼마를 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단부담금을 미리 적어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차등수가제는 환자 수에 따라 보험급여가 달라지도록 한 제도이며 진료비 삭감이란 의원이 신청한 진료비를 심사해 공단에서 보험급여를 깎는 것을 의미한다.

의협은 새로운 간이영수증 서식에 반발해 5일 전국 시도 의사회장단 회의를 통해 간이영수증에 환자에게서 받은 본인부담금만 기재하고 공단부담금은 쓰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간이영수증에 공단부담금 또는 본인부담금과 공단부담금을 합산한 진료비 총액을 기재하지 않으면 연말소득공제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이영수증은 계산서 성격을 갖고 있으며 총진료비가 얼마인지 환자도 알 권리가 있다”며 “약국이나 병원에서도 공단부담금과 총진료비를 기재하는데 동네 의원만 못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협은 소득세법상 원천징수를 한 사항에 대해서는 계산서를 발급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소득세 등 세금을 원천징수한 뒤 지급하는 공단부담금에 대해서는 의원은 별도의 계산서를 발급할 필요가 없으며 차등수가제는 개원의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에 형평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의협은 환자에게 진료비영수증을 한번만 발급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해 간이영수증을 한번 발급받은 환자는 연말에 연간 의료비납입확인서를 받을 때 이미 발급받은 간이영수증을 재발급받을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의협과 복지부의 대립이 계속될 경우 9월부터 동네 의원에서 간이영수증을 받는 환자는 연말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대신 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마다 일일이 간이영수증을 받지 않고 연말에 한꺼번에 연간의료비납입확인서를 받으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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