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고… 들어오고…한나라 종일 어수선

  • 입력 2003년 7월 7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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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개혁파 5인방이 7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춘, 안영근, 이우재,이부영, 김부겸 의원.-서영수기자
한나라당의 개혁파 5인방이 7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춘, 안영근, 이우재,이부영, 김부겸 의원.-서영수기자
《7일 한나라당은 안팎으로 하루 종일 부산했다. 오전에는 며칠 전부터 예고됐던 개혁파 의원 ‘5인방’의 탈당 기자회견과 자민련을 탈당한 송광호(宋光浩) 의원의 입당 기자회견이 거의 동시에 이뤄졌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경남을 방문하는 등 흐트러진 당 전열 정비에 박차를 가했다.》

▽탈당파 5인방의 ‘비장한’ 기자회견=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의 탈당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낸 이부영 이우재 김부겸 안영근 김영춘 의원의 표정엔 홀가분함과 비장함이 교차했다.

이들은 현재의 한국 정치 상황을 정쟁(政爭)의 늪에 빠져 있는 비상상황으로 규정했다. 이부영 의원은 “많은 정치인들이 ‘지역표’라는 거미줄에 걸려 한 발짝도 못 움직였다”며 “새 정당은 지역패권이 아닌 정책과 이념으로 건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7일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최병렬 대표(오른쪽)와 홍사덕 원내총무가 개혁파 5인방 탈당 이후의 정국기류를 점검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서영수기자

이들은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 원내교섭단체(의원 20인 이상) 구성에 주력할 뜻을 분명히 했다. 김부겸 의원은 “(한나라당 및 민주당 인사들과) 계속 접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당파 5인방은 이번 탈당 결행이 마치 ‘노무현(盧武鉉) 신당’ 합류로 비치는 것에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단순한 ‘친노(親盧) 신당’과 정체성을 차별화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도 엿보였다.

모임의 대표를 맡은 이우재 의원은 “대통령은 국정에만 전념하고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여당도 야당도 아닌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김부겸 의원은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대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엔 개혁국민정당 김원웅(金元雄) 유시민(柳時敏) 의원과 ‘옛 민주당’ 출신인 이철(李哲) 장기욱(張基旭) 전 의원 등이 참석해 우군(友軍)임을 과시했다.

▽송광호 입당 맞불작전=지난달 10일 자민련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던 재선의 송광호 의원(충북 제천-단양)이 이날 한나라당에 전격 입당했다.

송 의원은 이날 중앙당사에서 최 대표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이 개혁적 보수세력으로 거듭나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때부터 입당설이 나돌았던 송 의원의 입당은 이날 결행된 개혁파 의원 탈당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다.

하지만 한나라당 충북 제천 단양지구당 부위원장들이 급히 상경해 박주천(朴柱千) 사무총장에게 송 의원의 입당에 반대하며 지구당위원장의 상향식 선출을 거세게 요구해 소란이 일었다.

▽남는 자들의 변=그간 탈당파 의원들과 함께 개혁그룹을 형성해온 당내 일부 의원들은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그러면서도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이성헌(李性憲) 의원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우리 당에서 함께 정치개혁을 고민했던 동지들을 철저히 신뢰하기 때문에 (5월에 민주당 주류를 겨냥해 사용했던) ‘개혁철새’란 조어를 폐기한다. 동지들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이 있기를 기원한다”는 글을 띄웠다.

함께 탈당을 논의하다 당에 남기로 한 서상섭(徐相燮) 의원도 홈페이지에서 “지금은 때가 아닌 만큼 국민을 위한 정치를 위해 철저히 갈고 닦을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김홍신(金洪信) 의원은 “동지들의 건승을 빈다”고만 했다.

소장파 원내외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는 성명을 통해 “(탈당한) 그분들의 순수한 열정이결과적으로 권력의 힘을 빌린 정계개편의 한 축으로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정국 대응 부심하는 당 지도부=한나라당은 앞으로 정국 주도권의 성패가 신당 추진세력과의 ‘포지티브’ 경쟁에 달려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쟁을 지양하고 구태를 벗는 새로운 야당상 정립이 선결과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최 대표의 핵심브레인인 윤여준(尹汝雋) 의원은 “탈당파 움직임에 신경 쓰기보다는 우리 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개혁적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元喜龍) 기획위원장도 “한나라당은 그동안 여당에 뺏겼던 민족과 서민 중심의 정책개발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며 공세적인 정책이슈 개발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7일 한나라당 말말말▼

△“우리 다섯 명의 헌신적인 노력이 지역주의 철벽 앞에 부딪칠지라도 꺾이지는 않겠다.”(이부영 이우재 김부겸 안영근 김영춘 의원의 탈당선언)

△“섣부른 개혁을 부르짖어 혼란이 만연한 오늘의 현실에서 정통보수를 추구하면서 점진적 개혁을 추구하는 한나라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송광호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의 변)

△“나는 한나라당의 ‘개혁귀신’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겠지만 동지들의 다른 선택도 존중하겠다.”(5명의 탈당에 대해 이성헌 의원이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

△“이제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간다. 그러나 함께 추구해온 정치개혁과 새로운 정치의 큰 길 위에서 아름답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을 제안한다.”(한나라당 소장파 원내외지구당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가 낸 탈당사태에 대한 성명)

△“신당 만들겠다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을 다시 만들기 위해 법제 등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표에 대해선 인식을 못하고 오로지 내부 권력투쟁에만 관심이 있어 유감이다.” (홍사덕 총무의 당 상임운영위원회 모두 발언)

△“내년 17대 총선에서 만약 노무현 신당에게 원내 과반을 넘겨주면 이 나라의 미래가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습니다. 17대 총선에서 확실히 승리해야 합니다.”(최병렬 대표의 경남도지부장 이취임식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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